2008년 이어 올해도 세계경제 위기 초래 우려

미국이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서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세계경제에 도움을 주기는 고사하고 신흥국을 비롯한 각국에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3차례에 걸친 양적완화(QE)와 7년여에 걸친 초저금리 정책으로 자국 경제를 회복궤도에 올려놨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가 좋아졌으니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금리를 정상상태로 되돌려 놓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가 좋지 않고 특히 신흥국은 위기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이 자국의 경제를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세계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자국 이기주의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이는 리더십 타격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지난 2000년대 초저금리 정책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유지해 부동산 거품을 불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하며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트린 바 있다.

이 때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렸다.

미국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을 해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불확실성만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미국 연준 인사들은 시장에 서로 다른 방향의 신호를 주는 등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미국은 금리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리더십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강력한 양적완화로 美 경기↑, 세계경제 달러빚↑
그동안 연준의 강력한 유동성 투입은 세계 경제의 부채를 늘렸다.

미국이 3차에 걸쳐 실시한 양적완화의 규모는 모두 3조6천억달러(4천253조원)에 이른다.

미국은 또 2008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초저금리(0~0.25%)로 유지했다.

이는 신흥국이 달러부채를 늘리기에 좋은 조건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은행을 제외한 기업들의 달러표시 부채는 지난 2009년 이후 50% 늘어난 9조6천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흥국 기업들의 부채는 3조달러 이상이다.

지난 1년 동안 주요 바스켓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나 높아져 달러부채 상환 부담이 높아졌다.

미국이 긴축을 시작하면 달러화 가치는 더 높아진다.

전 세계의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은 급격한 자본유출을 겪을 수 있다.

연준이 자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 있지만, 그동안 풀린 막대한 유동성의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진단했다.

아시아 외환위기는 연준이 1994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신흥국 사정을 무시한 금리 인상이 결국은 자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텔레그래프는 말했다.

◇ 글로벌 경제 '위태위태'…과거 美 금리인상 때와 달라
미국의 긴축은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어서 필연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연준은 이번에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등을 통해 시장과 소통을 강화해 금리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연준의 노력은 예상보다 심각한 중국의 주식시장 불안과 '깜짝' 위안화 절하, 이에 따른 신흥국 위기 심화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경제는 올해 중국의 둔화로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지는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6일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를 경고하면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또 낮췄다.

OECD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3.0%와 3.6%로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또 중국은 올해 7%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6.7%에 그칠 것이며 내년에는 6.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ING은행의 롭 카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를 통해 연준이 미국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해외 반응이 어떨지 고려해야 한다"면서 "만약 금리를 올린다면 앞으로 인상은 완만하게 이뤄질 것이며 이미 고전하는 신흥국 경제를 망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네 차례의 금리 인상 사이클 때인 1988년(6.52%→9.75%)과 1994년(3.00%→6.00%), 1999년(4.76%→6.50%), 2004년(1.00%→5.25%) 당시와 달리 현재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 오락가락 행보로 금리 올려도 동결해도 '뭇매'
연준의 금리 결정이 갖는 무게감에도 연준 인사들은 시장을 안심시킬만한 시그널을 주는 것에 실패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앞서 수개월 동안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를 미세조정하고, 점진적이고 조심스러운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신중하게 만들었는데도 '금리 인상을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늦추면 해외 경제에 발목이 잡혀 연내에는 금리 정상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연준의 신뢰도에 타격을 준다.

그동안 연준은 올해안에 금리인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금리 동결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존 브릭스 전략 책임자는 "연준이 움직이지 않고 불확실성을 지속시켰을 때 주식시장의 상황이 우려된다.

가능성만 남겨두고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면서 "매우 비둘기파적인 언급과 함께 금리가 올라가면 확실성이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7년간 지속된 저금리로 인한 자산시장의 거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더 커진 거품으로 인한 후폭풍도 비례해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 반대 의견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선물시장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28%로 보고 있다면서 "통화정책의 핵심은 소통"이라면서 9월에 금리를 올린다면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시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금리 인상에 나선다고 해도, 그 충격으로 세계 경제를 비롯해 미국 경제까지 다시 주춤해진다면 금리 인상 행보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경제에 대한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섣부른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까지 위태롭게 하는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선미 기자 smje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