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R&D 바우처, 혁신 중기에 자양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정부와 대기업이 이들의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만7500여개의 중소 혁신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장으로서 이 같은 목소리가 반갑고 기쁘다.

하지만 내년 한국의 연구개발(R&D) 예산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삭감됐다. 중소기업 R&D 예산 역시 줄었다. “투자 대비 성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국내 R&D 예산은 12% 증가했고, 투자 규모는 세계 6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1위다. 하지만 국가별 R&D 성공 비율을 보면 영국이 70.7%, 미국과 일본이 각각 69.3%, 54.1%인 반면 한국은 20%에 그쳤다.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될성부른 떡잎’과 같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가지를 뻗기 시작하는 ‘묘목’과 같은 회사에도 물과 햇볕을 공급해야 한다. 특히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는 ‘이노비즈 기업(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에 지원이 필요하다.

이노비즈 기업들은 매년 매출의 4.3%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일반 중소기업 0.7%, 대기업 1.4%에 비해 매우 높다. 이노비즈 기업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자생적인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노비즈 기업 유니웰은 한국기계연구원으로부터 ‘히트파이프를 이용한 폐열회수 열교환기 원천설계기술’ 지원을 받았다. 이후 지난 4월 1000만달러(약 108억원) 규모의 중국 수출 계약을 따냈다. 한국기계연구원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적 한계를 스스로 극복한 결과물이다. 정부의 R&D 기술 바우처 제도 등은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에 자양분이 돼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 9~11일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 트렌드를 선보이는 ‘제16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 슬로건은 ‘혁신하는 중소기업, 성장하는 창의인재, 대한민국 창조에너지’였다. R&D를 통한 기술 혁신, 국가의 세제 지원과 기업의 기술 개발, 그리고 인력 양성에 보다 많은 기업과 정부 및 기관 관계자들이 함께해 주길 기대한다. 정부가 이노비즈 기업들에 대한 확실한 지원책을 내주길 바란다.

이규대 <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