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폭락과 소폭 반등을 되풀이하면서 위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와 기준금리·지급준비율(RRR) 인하 등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의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중국 증시의 흐름이 1929년 미국의 대공황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거품처럼 꺼진 미국의 황금기…주가 수직낙하·실업자 320만명
1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신흥 강대국의 반열에 오른 미국은 1929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급격한 성장을 만끽했다.

1920년부터 1929년 사이 주가는 4배로 뛰었고 농산물과 공산품은 흘러 넘쳤다.

실업률은 3%에 불과했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돈을 벌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그려낸 재즈와 파티, 환락의 시기가 바로 이 시기다.

호황의 정점을 찍었던 1928년에는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조차 "우리는 역사상 그 어떤 나라보다도 빈곤에 대한 최종 승리에 가까이 온 국가에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공언할 정도였다.

대공황은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 미국 뉴욕의 증권시장에서 갑작스럽게 시작했다.

24일 하루에만 평소 거래량의 세 배인 1천290만주가 거래되면서 증권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이 날은 '검은 목요일'로 기록됐다.

이어 28일과 29일에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3.8%, 11.7% 하락했다.

9월에 고점을 찍었던 지수는 두달 만에 반 토막 났다.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회사와 개인 모두 파산 상태에 내몰렸다.

뉴욕에서 호텔에 숙박하려고 하면 직원이 "잠을 잘 방이 필요하신가요.

아니면 뛰어내릴 방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묻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마저 돌았다.

이듬해 3월에는 실업자 수는 320만명을 웃돌았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찾습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목에 맨 채로 거리를 배회했다.

미국 공영방송 PBS에 따르면 실업자들이 거리에서 사과를 팔면서 뉴욕에서만 사과 행상의 수가 6천명에 이르기도 했다.

망가진 경제는 가족의 해체를 불렀다.

어린 아이들은 버림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청소년들도 부모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일찍 자립했다.

대공황에 시기 거리를 떠도는 10대의 수는 25만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나마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도 늘 배를 곯았다.

1932년 뉴욕시 보건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의 20.5%가 영양실조 상태였다.

대공황은 1932년 당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이른바 '뉴딜 정책'을 펼치면서 가까스로 진정 국면을 맞는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1년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회복했다고 BBC 방송은 설명했다.

◇ 美·中, 부동산 폭락 전조·배경부터 증시 흐름, 당국 조치까지 유사
중국의 현재 상황은 1929년 미국의 대공황 직전 모습과 닮아있다.

증시 폭락이 일어나기 전 세계에서 손꼽는 신흥강국으로 부상한 점이 첫번째 공통점이다.

1920년 당시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피폐해진 사이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미국처럼, 중국은 잇단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과 금융위기를 거치며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미국과 중국의 증시 폭락은 모두 부동산에서부터 시작된 위기가 옮아붙는 양상을 보였다.

대공황의 전조는 1926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폭락이었다.

중국 역시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열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증시에 돈이 몰렸고 이는 버블 가능성을 키웠다.

여기에 증시 지수가 1년이 못 되는 짧은 기간에 2배로 뛴 점과 중산층 개인 투자자의 돈이 주식시장에 많이 몰려 있었다는 점도 유사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다우 지수는 1928년 9월 4일 240.25에서 1년 뒤인 1929년 9월 3일 381.17까지 오르며 1년 만에 58.7%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6월 12일 2,051.713에서 1년 뒤에는 5,166.350으로 무려 151.8% 올라갔다.

또 가디언에 따르면 연 2∼3일 폭락하고 반짝 반등하는 식의 증시 흐름이 대공황 당시 미국과 현재 중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폭락 장세에서 중국 금융당국의 대처가 과거 미국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달 초 폭락 당시 21개 증권사와 함께 우량주 ETF에 1천200억 위안을 투자키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1929년 미국 정부가 JP 모건을 비롯한 금융사 5곳과 함께 폭락 저지에 나선 것을 연상시킨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중국이 대공황의 전철을 받는다면 현재 진정세가 반짝 효과일 뿐이고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1929년 10월 4일 325.17까지 빠졌던 다우지수는 2주간 회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바로 검은 목요일을 맞이하며 수직 낙하했다.

중국 증시의 경우 연초 대비 20% 이상, 고점 대비 38% 하락하며 26일 2,927.29로 장을 마감했지만, 27일에는 상승세로 출발해 진성세를 보이고 있다.

톰 드마크 드마크애널릭틱스 대표는 대공황 당시 다우지수가 48% 빠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하이종합지수가 2,59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극복하면서 중국이 강국으로서의 토대를 다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은 대공황을 극복하며 거치면서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중국도 이번 위기가 경제 시스템 개혁을 촉진하고 중장기적으로 강국으로서의 토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