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경찰행정학, 표준화된 교육과정 만들어 전문성 인정받겠다"
“경찰행정학이 단순히 ‘경찰을 양성하는 학문’이 돼선 안 됩니다. 보험·금융업계는 물론이고 정보업체, 학계 등 경찰행정학과 출신들이 진출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합니다. 상당수 대학이 갖고 있는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 경찰행정학을 탄탄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닌 학문으로 인정받도록 만들 겁니다.”

지난달 경찰학회장에 선임된 최응렬 동국대 교수(사진)는 21일 서울 필동 동국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경찰행정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경찰연구학회장, 한국공안행정학회장 등을 지냈고 지난달 2일 한국경찰학회장에 올랐다. 이 학회는 전국 120여개 대학의 경찰행정학과 교수들이 가입된 경찰행정학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단체다.

최 회장은 “아직까지 경찰행정학을 독립적으로 연구하기에는 환경적인 한계가 많다”고 강조했다.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국 대학의 경찰행정학과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동국대(1963년 설립) 교과과정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각 대학의 교과과정을 보면 형사소송법이나 형법 등 세부과정의 교육기간이 제각각이고, 상당수 경찰행정학과가 일반 행정학과 강의과정을 도입하고 있는 등 경찰행정학과만의 통일된 ‘틀’이 없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경찰행정학과가 단순한 ‘경찰 양성용 학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도 최 회장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그는 “일부 학교에서 경찰행정학 관련 과목을 45학점 이상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순경 특별채용 응시 학생수를 늘리기 위해 1~2년 만에 해당 학점을 이수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경찰행정학과가 경찰만을 배출하는 학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경찰행정학이 독립된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국연구재단에 학문 분류를 신청하고, 관련 협의회를 구성하는 것도 최 회장이 추진 중인 사업이다.

최 회장은 “경찰행정학이 아직 공식 학문 분류가 안 돼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과제를 내놓을 때마다 심사에 불리함이 있다”며 “학회 등과 상의해 경찰행정학을 독립된 학술연구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학회는 오는 11월 ‘정부 3.0시대를 맞이한 경찰의 역할 정립’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