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의 지난 2분기(4~6월) 경영 성적표가 엇갈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도 노선을 늘리며 공격적인 전략을 펼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승승장구했지만, 메르스 여파로 각각 10만명 넘게 이용객이 줄어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대형 항공사들은 LCC뿐 아니라 장거리 노선에서 중동계 항공사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해 당분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난기류' 만난 대한항공·아시아나, 적자 비상
○샌드위치 위기에 빠진 대형 항공사

지난 2분기 대한항공(26억원)과 아시아나항공(614억원)은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르스로 중국과 일본의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200회가 넘는 항공기 운항을 줄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해 여행객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적자를 피하기 위한 감편은 피할 수 없었다”며 “감편을 하지 않았으면 경영실적은 더 악화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는 이달 초 끝났지만 대형 항공사들의 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거리 노선의 점유율은 LCC에 잠식당하고, 장거리 노선도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중동계 항공사들과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국내 대형 항공사 직항 항공권 가격보다 최대 40%가량 싼 중동계 항공사의 환승 항공권 때문에 유럽 노선 등 장거리 노선의 영업이 어렵다”며 “단거리 노선은 LCC에 자리를 내주고 있고 장거리 노선은 중동계 항공사에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로 지난 몇 해 동안 국내 항공 수요 증가를 이끌었던 중국·일본 여행객이 줄어들자 대형 항공사가 가진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5월 대한항공의 중동 노선 탑승률은 60%대였으나, 에미레이트항공 등 중동 항공사의 탑승률은 80%를 넘었다.

○덩치 키운 LCC 영역 파괴 시도

메르스 여파에도 공격적 영업을 펼친 제주항공 등 LCC업계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 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메르스와 상관없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있다고 판단해 오사카 등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수를 늘린 것이 효과를 봤다”며 “정상가의 90%까지 가격을 낮춰 ‘박리다매’ 전략을 펼친 것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영업 덕분에 지난 6월 LCC들의 국제선 점유율은 13.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LCC들은 최근 항공기 보유대수를 늘리며 대형 항공사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국적 LCC 5개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가 보유한 항공기 대수(6월 말 기준)는 69대로 1년 만에 14대 늘어났다.

진에어는 지난달 350여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중대형 여객기를 도입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중대형 여객기를 투입해 국내 LCC업계 최초로 오는 12월부터 비행시간이 7시간 이상인 장거리 노선(인천~하와이)에 취항할 예정”이라며 “수익성이 있는 노선을 찾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 중단거리 노선뿐 아니라 장거리 노선의 신규 취항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영업 확대를 위해 다음달 중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상호를 제주항공에서 AK제주항공으로 바꿀 계획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