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업종 감시 강화 태스크포스' 출범…'빅배스' 차단

금융당국이 최근 잇따라 대규모 손실을 털어내고 있는 조선업과 건설업종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죈다.

조선, 건설 등 대형 수주업종의 회계 감시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려 '빅배스'(Big Bath)를 차단하고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 등의 시기에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으로 갑작스레 대규모 손실이 반영되며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 혼란을 야기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수주업종 감시 강화 태스크포스(TF)'가 내주 초 출범한다고 밝혔다.

금융위 공정시장과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원 회계조사국·기업공시국,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회계기준원 등이 TF에 참여할 예정이다.

약 한 달 동안 매주 회의를 열어 대표적인 수주업종에서 빅배스가 자주 나타나는 원인을 분석하고, 방지 대책을 찾을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와 조선업계가 시장에 전혀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수조 원의 손실을 털어내는 일이 많았다"며 "자본시장을 어지럽히고 투자자에게 큰 혼선을 가져왔다"고 TF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3조원 규모의 손실이 드러났으며, 이를 계기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의 대규모 손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노출됐다.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에서 비롯된 이들 조선 3사의 2분기 손실은 총 4조7천50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사전에 경고한 기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 대규모 부실이나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신용평가사나 증권사도 손실 규모가 다 공개되고 나서야 신용평가나 분석 리포트에 '뒷북 반영'을 하는 행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건설업종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우건설이 수천억대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금감원의 감리를 받았고, GS건설은 지난 2013년 1분기 5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갑작스레 발표해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내부 제보로 수천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본 시장의 툴(tool)이라 할 수 있는 공시제도, 회계, 감리 등의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규정 개정 등을 통해 이들 업종에 대한 공시·감리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TF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금감원이 회계 관련 모범 규준안을 만들어 관련 업종 기업들에 배포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가능한 빨리 결과물을 내겠다"며 "9월쯤에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