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안심전환대출, 가계부채 총량 감축으로 이어져야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가계대출 문제가 경제의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2차 신청이 마감된 안심전환대출과 맞물려 가계대출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리스크(위험)는 크게 위기를 촉발하는 요인(risk factor)과 이에 대한 민감도(factor loading)로 나눠 분석한다. 이 둘을 곱한 것이 금융회사의 수익률을 변화시킨다. 위험이란 이 수익률 분포의 꼬리 위험(tail risk), 즉 금융회사 수익률이 극단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지칭한다.
[뉴스의 맥] 안심전환대출, 가계부채 총량 감축으로 이어져야
그러면 가계대출, 특히 담보대출의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크게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을 들 수 있다. 전자가 중장기적 위험 요인이라면 후자는 중단기적 위험 요인이다. 민감도는 부채 총량이 클수록 증가한다. 이를 ‘규모 변수’라고 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민감도는 ‘담보가치 대비 부채비율(LTV·담보대출비율)’과 부채의 만기를 들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떨어져 LTV 비율이 높아진다. LTV 비율은 현재 70%가 상한선이다. 대환대출이 필요할 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LTV 비율이 70%를 넘으면 이 상한선을 지키기 위해 일부 원금을 갚아야 한다.

금리 인상에 대한 민감도는 총대출 중 변동금리대출 비중과 ‘소득 대비 대출상환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변동금리대출은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DTI 비율이 높은 차주(借主)는 금리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더 크다.

따라서 위험을 줄이려면 위험 요인을 감축하거나 민감도를 낮춰야 한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민감도를 낮추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비해 만기를 대폭 늘렸다. 일반 주택담보부 대출 만기는 5년 이하인 데 반해 안심전환대출은 평균 만기가 23년에 이른다.

안심전환대출로 '민감도' 개선

둘째, 금리 인상에 대한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해 금리상승기 이자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마지막으로 이자만 내는 방식을 원금도 분할상환하는 방식으로 바꿔 해마다 1조원 정도의 부채 총량이 줄어들게 돼 있다.

총 32조원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됐는데 이에 따라 표에서 보듯이 2014년 말에 비해 고정금리대출 비중과 분할상환대출 비중이 7~8%포인트씩 상승했다. 안심전환대출로 가계위험의 민감도를 모두 제거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개선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위험 요인 자체를 경감할 수는 없을까. 일반적으로 위험 요인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거나 금리 상승을 늦추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밀한 분석을 요한다. 부동산 신규 수요를 창출해 가격을 부양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신규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의 위험 요인인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방지하려고 하면 민감도인 부채 총량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적정 신규 대출은 부동산 가격이 물가상승률 정도로 상승하게 신규 부동산 수요를 유발하는 정도가 돼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밀한 계량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가계부채 증가율 6%대는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워낙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이를 가계대출 문제만 고려해 결정할 수도 없다.

6%대 높은 가계부채 증가율

결론적으로 이번 안심전환대출로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이 제거됐다고는 볼 수 없다. 무엇보다 규모 변수인 부채 총량 자체를 점차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이번 주 금융당국이 오는 7월 일몰 예정인 LTV·DTI 규제완화를 연장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무려 10조원 정도 증가한 가계대출 급증세를 제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대안이 여의치 않다. 할 수 없이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이에 대응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 부양에 따른 자산 효과를 통한 수요 증진 효과와 부채 증가에 따른 수요 감소 요인이 상충하는데 지금까지는 후자의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이번 안심전환대출 전환 대상 중에서 전환 신청을 하지 않은 대출은 원금 상환에 부담을 가진 대출일 가능성이 크다. 안심전환대출 대상은 112만가구인데 이 중 80만가구가 신청을 포기했다. 또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된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110만가구도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택대출 규모는 약 2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은행과 금융당국은 면밀한 미시분석을 통해 이들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의 대출을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한 뒤 주택저당증권(MBS)으로 전환한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출자한 주택금융공사가 MBS를 보증했다. 정부의 신용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대출자들에게 일종의 신용 보강을 해준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신용위험이 은행으로 전이되지 않게 했다.

시스템 위험 줄여야

은행은 대출을 양도한 대신 발행된 MBS의 일정 부분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평균 연 3.3% 이자를 받는 신용위험이 있는 대출이 연 2.6%의 무위험 MBS로 대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행은 이에 대해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말하지만 고위험·고금리 채권을 저위험·저금리 채권으로 대체한 것이기에 단순히 금리 차이를 불평할 수는 없다. 위험도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안심전환대출이 중산층에만 혜택을 준다고 해서 ‘반쪽의 성공’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번 정책의 목표는 시스템 위험을 줄이는 데 있다. 저소득층 신용 지원은 이미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각종 정책금융이 하고 있다. 이들의 대출금액은 18조원에 이른다.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고 분석해야지 다른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번 정책의 성공과 더불어 여러 추가 조치를 통해 가계대출 문제가 더 이상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