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정부 '지식재산권 정책'에 시장원리 입혀라"
“혁신의 촉매제인 지식재산권(IP)시장이 한국에는 없습니다. 정부가 산업화 시대의 논리로 IP 분야를 육성하다보니 한국의 실리콘밸리 형성을 막은 겁니다.”

대한중재인협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대한상사중재원에서 ‘동북아중재 및 지식문화중재 포럼’ 첫 조찬모임을 열었다.

강연자로 나온 고기석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사진)은 “정부 IP 정책을 보면 직접 시장에서 뭘 해보겠다고 뛰어드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온갖 수사를 쏟아내지만 성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도 140개 국정과제 중 두 번째가 ‘지식재산의 창출·보호·활용 체계 선진화’인데 각 부처의 추진 현황을 보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협회는 중재나 IP 분야의 권위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토론하기 위해 이 포럼을 만들었다.

고 단장은 이날 ‘국가 지식재산 전략:움직이는 과녁, 떨리는 시위’를 주제로 강연했다. IP에 대한 관점이 다양(움직이는 과녁)하고 정부 각 부처의 IP 전략마저 엇박자(떨리는 시위)를 내다보니 국가 IP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고 단장의 분석이다.

고 단장은 IP 분야 시장 형성을 가로막은 가장 큰 이유로 ‘경제민주화 논리’를 꼽았다. 그는 “늦은 민주화로 공공성, 형평성, 투명성이 한국 사회의 핵심 가치가 돼 IP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정부가 육성한 IP를 어떤 대기업이 갖고 가면 더 잘할 수 있는데 공공성과 형평성을 추구한다며 관련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준다”며 “기업끼리 기술을 사고파는 것도 영업비밀인데 투명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고 단장은 “이런 식으로 해서는 IP 분야 선도기업(퍼스트 무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며 “조건에 따라 대기업에도 사업권을 주거나 대·중소기업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시장 원리에 맞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는 최공웅 초대 특허법원장(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최수령 포럼 총무(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IP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중재보다 재판으로 해결하는 일이 많다. 이를 보다 간소한 절차인 중재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은 “아직은 대형 로펌 위주로 국제중재를 하는데 중소형 로펌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일 중재인협회 사무총장(건국대 법무학과 교수)은 “포럼에서 중재 실무에 도움이 되는 주재를 많이 발굴할 계획”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