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 뛰어들 시즌 첫 메이저퀸은?
여자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빠지길 원하는 연못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CC(파72·6769야드)의 18번홀 호수다. 미국 LPGA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50만달러)이 오는 3일부터 이곳에서 열린다. 리디아 고(18·뉴질랜드), 박인비(27·KB금융그룹),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김효주(20·롯데) 등 ‘빅4’는 물론 세계 톱랭커들이 빠짐없이 출전해 명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메이저 대회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작년까지 ‘크래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타이틀 스폰서가 전일본공수(ANA)로 바뀌어도 우승자가 18번홀 그린 옆의 ‘포피스 연못’에 뛰어드는 전통은 계속된다.

○모래 돌풍·긴 러프 이겨내야

'연못'에 뛰어들 시즌 첫 메이저퀸은?
대회가 열리는 다이나쇼어코스는 사막지대인 팜스프링스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에 모래 돌풍까지 예고 없이 불어닥친다. 페어웨이도 20~25야드로 좁은 데다 발목까지 빠지는 러프가 곳곳에 조성돼 있어 여차하면 타수를 까먹기 쉽다.

코스 길이도 6769야드나 된다. 다른 LPGA 대회 코스보다 100~200야드 이상 길어 장타자에게 유리하다. 때문에 유독 이 코스에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박지은(36·은퇴)이 2004년 우승한 이후 2012년 유선영(29·JDX)이 우승할 때까지 거의 10년간 우승컵을 가져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미션힐스CC의 긴 코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 장타자들이 즐비하다. 269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날리는 김세영(22·미래에셋), 장하나(23·BC카드), 이미림(25·NH투자증권) 등이 우승 후보로 꼽힌다.

○박세리 “그랜드슬램 위해”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이 가장 간절한 선수는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다. 그는 LPGA챔피언십(1998·2002·2006년), US여자오픈(1998년), 브리티시여자오픈(2001년)에서 메이저 5승을 거뒀지만 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풀지 못했다.

박세리는 4월 초가 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뚜렷한 하향세를 겪고 있으면서도 1999년 출전 이후 16년간 톱10에 여섯 번 들었다. 작년에는 최고 성적인 공동 4위에 올랐다. 올해는 직전 대회인 KIA클래식 3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인 64타를 쳤다.

2013년 우승자인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 탈환을 위해 우승컵이 필요하다. ‘빅4’ 중 올 시즌 유일하게 우승컵을 들지 못한 루이스는 메이저 우승으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리디아 고의 경이적인 언더파 행진이 계속될지도 관심사다. 28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리디아 고는 ANA 인스퍼레이션 2라운드까지 언더파를 기록하면 2004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퇴)의 기록을 뛰어넘어 골프 역사를 다시 쓰게 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