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시장은 일시적인 정체기를 겪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LED 조명 업체와 패키지 업체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LED칩 업체들은 이들의 주문 수요에 대응하고 향후 규모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지속했다. 그러나 LED 조명 판매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럽과 중국의 경기가 부진해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급변해 재고 조정과 구조 조정이 가속화됐다.

LED 시대 도래 시점이 관건

가격 하락으로 대중화 속도내는 LED 조명…시장장악 경쟁 치열할 듯
최근 관련 업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LED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다. 사업자나 투자자 입장에서 LED 산업 속성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구분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명 산업 내에서 백열전구, 형광등 등 전통적인 광원이 LED로 대체되는 방향성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3년 기준 전체 설치된 조명 가운데 LED 조명은 약 6%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하면 LED 조명은 업황에 다소 부침이 있더라도 가능성이 충분한 사업이다.

가격 역시 중요하다. 생산자 입장에선 전통 조명 제품들의 가격이 하락하는 속도에 비해 LED 조명 가격 하락 속도가 당분간 더 빠를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일정 가격 밑에서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LED 조명의 승리가 예상된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속도다. LED의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LED 조명이 전체 조명 출하량 기준 30%를 넘어서는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0~30년 이후로 예상된다. 과거 전구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도 시장은 항상 보수적이었다.

1937년 GE가 처음으로 형광등을 출시한 이후 78년이 지났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판매의 20%가 백열전구(할로겐 포함)의 차지였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 문제로 인해 백열전구의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백열전구가 팔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1978년 히타치는 백열전구 소켓에 사용 가능한 전구형 형광 램프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백열전구에 비해 수명, 전력 소모 등 성능이 우수했지만 35년이 지난 2013년에도 전체 조명 출하량의 20%에 불과했다.

“5년간 시장 선점 경쟁 치열할 것”

시장 규모(매출액 기준)를 따져보면 좀 더 우호적이다. 올해 글로벌 LED 조명 시장은 전체 조명 시장의 35% 수준인 400억달러로 예상된다. 2020년까지 800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한 뒤 가격 하락과 출하 상승이 균형을 이루며 정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토대로 예상해보면 결국 5년 남짓 남은 시간 동안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생존자들이 향후 영원할지도 모르는 LED 조명 시장의 파이를 나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로 나눠 생각해 보자. B2B 프로젝트(가로등, 공장등, 빌딩등)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 주춤했던 프로젝트는 올해 성수기에 진입하며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성장과는 별개로 공급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앞으로 이 같은 프로젝트는 수주경쟁력을 갖춘 자, 또는 원가 경쟁력을 갖춘 자 위주로 진행될 것이다. 각 시장 참여자들은 지역별, 기능별, 구조별로 자신을 특화시켜 생존 전략을 펼쳐야 하며, 조기에 매출 규모를 확보하지 못한 업체들은 과거와 같은 급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B2C 부문에선 대형 브랜드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잠식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형광램프의 경우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생산 업체들이 난립했다. 2000년까지 살아남은 것은 필립스, 오스람, GE 같은 대형 브랜드 업체뿐이었다. 현재는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과점 시장이다.

LED 조명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본다. LED 기술을 선점해 시장에 일찍 팔기 시작한 소규모 지역 사업자에서 대형 조명 브랜드 업체로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가기 시작한 기점은 대형 업체들의 성장이 산업 성장을 앞서기 시작한 2013년이었다.

이제 필립스, 오스람, 줌토벨 등 대형 브랜드의 매출 중 LED조명 매출 비중은 산업 전체에서의 비중을 앞선다. LED 부품 업체(칩과 패키지)들의 상황은 좀 더 부정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LED 조명의 부가가치가 부품에서 완제품으로 이동 중이기 때문이다. LED 완제품 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를 늘리고, 나름의 부가 기능을 추가하면서 부가가치를 늘리고 있다.

반면 LED 부품은 표준화되고 업체 간 차별화가 없어지며, 고객은 성능 개선보다는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이후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으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가 LED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지하겠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기존 LED 장비 주문에 대한 혜택 중단이 포함돼 있지 않아 증설 계획 취소로 연결될 개연성이 낮다.

이종욱 <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jwstar.lee@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