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년 60세 시대, 年功給부터 버려라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노동현안 문제로 산업현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통상임금과 휴일근로의 중복할증을 포함한 근로시간문제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가닥을 잡을 수 있겠지만, 정년연장은 임금체계 개편과 아울러 노사 간 상호 협력과 양보가 있어야 풀 수 있는 과제다.

지난해 5월 입법화된 ‘정년 60세 의무화법’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춰 고령자의 고용안정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치다. 정년 60세는 2016년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2017년부터는 모든 기업에 확대 시행된다. 그런데 정년연장의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임금피크제 등과 관련해서는 노사 간 갈등이 심해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300명 이상 대기업의 노사합의 정년 연령은 평균 57.4세이지만 실제 퇴직연령은 평균 53세다. 또 최근 단일정년제도를 운영하는 154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년 60세 이상인 사업장은 350곳(2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4곳 중 3곳 이상이 정년 60세 미만으로, 앞으로 법에 떼밀려 정년을 60세로 올려야 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시행 1년여를 앞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등에 대한 노사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동 및 고용 관련 학회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주로 고령인력의 고용연장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논의됐다. 특히 고령자에 대한 인식변화와 건강, 의료부분 및 노후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자산형성과 연금제도 개선 등도 주요 관심사였다. 기업의 인사관리는 고령자 적합 직무개발과 직무능력 향상, 전직 및 재교육 프로그램 구축, 저성과자 관리와 전략적 퇴출관리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직급과 승진체계 개선, 평가제도의 정합성, 임금체계 혁신 등의 틀을 새롭게 확 바꿔야 한다.

기업들도 임금체계 혁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전통적으로 해오던 연공급 형태를 유지하면서 직무급을 혼합하는 기업도 있었고, 198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는 일부 기업이 신(新)인사제로서 능력주의 임금체계인 일본의 직능급을 도입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연봉제가 성과주의 임금으로 관심을 끌었다. 임금의 연공성은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평가에 따른 차등 승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연봉제로 ‘성과주의 연봉제’다.

임금체계 혁신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호봉제를 폐지하는 대신 선진국의 직무급, 숙련급, 역량급과 일본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역할급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연공성을 최소화하는 승급관리방식과 성과배분제도를 평가제도와 연계하는 종합적인 임금체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근무연수에 따라 올라가는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는 기업의 다양한 경영상황과 경쟁전략, 생애 경력단계, 특정 직종과 직무특성, 노동조합 유무 및 개혁의 완급성 등을 고려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마다 업종, 직종 간 시장 임금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기준과 정보의 구축 등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이런 기준틀이 미흡해 기업마다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데 한계를 느껴왔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역량을 갖춘 대기업들이 임금체계를 선도적으로 개편해 산업현장에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2016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제도가 커다란 노사갈등 없이 현장에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종태 < 강원대 교수·경영학 jtahn@kangwo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