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과학리포트] 美·소련 자존심 싸움에서…21세기 '스타 워즈'는 우주선점 싸움
지난 5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탐사를 위한 차세대 우주선 ‘오리온’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지난달에는 유럽우주국(ESA)이 혜성에 탐사로봇을 올려놓는 데 성공하며 우주 탐사의 새 장을 열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중국은 달 탐사 위성의 지구 귀환 비행에 성공했다.

냉전 이후 주춤하던 우주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달라진 점은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 간 대립이 미개척지인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 국가들의 경연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새로운 목표를 향한 우주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푸트니크 쇼크로 촉발된 우주전쟁

글로벌 우주전쟁은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 간 경쟁에서 비롯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은 1955년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자유세계의 리더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안보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1960년대 안에 달에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키고 귀환시키겠다는 유인달착륙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은 1968년 달 선회비행에 성공한 뒤 1969년 7월21일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을 이뤄낸다. 한참 달아올랐던 우주 경쟁은 소련의 경제 악화 등으로 시들해진다. 총 20호로 계획됐던 아폴로 사업은 17호로 중단됐고 미국과 소련 양측 모두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국내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치열해지는 우주 영토 선점 경쟁

국가의 자존심과 국가안보를 목적으로 추진됐던 우주개발은 최근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국가들의 우주개발 비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에는 역대 최대치인 729억달러(약 81조28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전통적 강자뿐 아니라 중국, 남미, 중동 국가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2012년 우주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국가는 57개로 2006년(42개국)에 비해 빠르게 늘었다.
[글로벌 과학리포트] 美·소련 자존심 싸움에서…21세기 '스타 워즈'는 우주선점 싸움
미국은 2035년 오리온을 화성에 착륙시켜 인류 최초로 화성을 탐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5일 오리온 실험발사는 그 첫걸음이다. 미국은 오리온 프로젝트에 3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은 소행성 탐사를 위해 289억엔(약 2700억원)을 들여 우주선을 발사했다. 유럽 역시 혜성탐사프로젝트인 로제타에 13억유로(약 1조7800억원)를 투자했다.

중국은 지난 10월 달 탐사위성 무인 실험체 발사에 성공하는 등 2020년을 목표로 달 탐사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최기혁 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장은 “달에는 희토류, 티타늄, 헬륨3 등 지구에 부족한 희귀 광물 자원이 다량 묻힌 걸로 추정된다”며 “향후 지구 자원고갈 등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발사 시장을 잡아라

이미 상업화에 성공해 돈을 벌고 있는 분야도 있다. 위성 발사사업이 대표적이다. 미국, 러시아, 유럽에 이어 올 9월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며 우주강국으로 떠오른 인도의 우주연구기구(ISRO)는 외국에 저비용 발사장을 서비스하는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유럽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2일 차세대 로켓 ‘아리안6’의 개발을 결정하며 현재 가격의 절반 수준에 위성 발사비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ESA의 현재 로켓 ‘아리안5’의 발사 비용은 1억3000만유로 정도다. ESA 20개 회원국은 앞으로 10년간 80억유로를 아리안 6호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 우주탐사선

달 화성 등 우주 천체를 탐사하기 위해 발사되는 우주선을 의미한다. 사람의 탑승 여부에 따라 유·무인 탐사선으로 구별된다. 최초의 유인 탐사선은 1961년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우고 지구 일주에 성공한 보스토크 1호다. 1977년 발사돼 태양계를 벗어나 천체를 탐사 중인 ‘보이저1·2호’가 대표적인 우주탐사선이다.

■ 우주왕복선

우주와 지구 사이를 왕복하는 비행기 형태의 우주탐사선을 뜻한다. 기존 일회용 우주선보다 많은 하중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재사용이 가능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승무원을 실어 나르거나, 허블망원경·인공위성의 수리·회수 임무를 수행했다.

■ 우주정거장

지구궤도에 건설된 대형 우주 구조물. 사람이 살면서 우주실험, 관측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최초의 우주정거장은 1971년 소련이 처음 건설한 살류트다. 현재는 1998년 러시아, 미국 등이 각자 개발한 모듈을 쏘아 올려 만든 국제우주정거장(ISS)이 16개국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