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화재 장면 등 실감나는 무대…음향 너무 커 가사 전달 미흡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극 마지막에 막심과 ‘나’가 사는 맨덜리 대저택이 불타는 장면이다. 지난해 1~3월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려진 ‘레베카’ 국내 초연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

숭배했던 레베카의 숨겨진 진실에 배신감을 느낀 집사 댄버스 부인이 광기에 사로잡혀 대저택을 불태운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으나 초연 무대에선 다소 싱거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번 재공연 무대에선 바닥에서 일어나는 불길이 한 줄에서 세 줄로 늘어나고, 무너지는 건물과 절규하는 댄버스 부인의 모습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대화재’ 장면이 그럴듯하게 구현된다. 이로 인해 공연 직후 느끼는 극적 여운이 보다 강렬해졌다.

이 작품은 국내 초연의 높은 완성도와 성공적인 흥행에 힘입어 1년5개월여 만에 초연 극장보다 객석 수가 600석가량 더 많은 공연장으로 무대를 옮겨 재공연하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한층 탄탄해졌다. 속도감 있는 무대 전환은 더 정교해졌고, 바닷가가 보이는 대저택을 영상과 실루엣으로 재현한 무대 세트도 여전히 일품이다.

반면 청각적 만족도는 떨어진다. 음량 크기와 음향 설계의 문제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와의 거리감이 멀다. 소리와 연기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다. 마이크 볼륨이 전반적으로 크다. 일부 주역의 솔로와 듀엣, 코러스의 합창에서는 귀가 웅웅거릴 정도로 음량이 커서 대사 전달력을 떨어뜨린다.

오만석(막심) 옥주현(댄버스 부인) 임혜영(‘나’) 등 초연 멤버가 출연한 지난 25일 공연에선 ‘나’의 음량이 유독 크게 들렸다. ‘나’가 막심, 댄버스, 베아트리체와 부르는 듀엣에서 화음보다는 ‘음량의 부조화’가 귀에 거슬렸다.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이 공연장에서 직전에 올려진 뮤지컬 ‘캣츠’의 입체감 있고 자연스러운 음향과 대조적이었다. 객석을 압도하는 ‘큰 소리’가 아니라 보다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데 좀 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무대다. 11월9일까지, 6만~1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