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IT차이나…추월 당한 IT코리아] 中공산당이 나서  IT인재 싹쓸이…삼성·LG 출신 '스카우트 1순위'
중국 최대 시스템반도체 업체 SMIC의 펑은린 IR 담당 부사장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유명 반도체 기업에서 일했다. 하지만 펑 부사장은 2년 전 미국 기업의 임원 자리를 박차고 모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발전하는 중국 미래에 나의 여생을 걸고 싶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의 핵심 요소는 인재다.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 한 명이 세계 IT 역사를 바꾼다. ‘IT 차이나’의 무서운 점도 인재다. 정부가 팔 걷고 나서 세계의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표적 해외인재 영입 프로그램은 ‘천인계획(千人計劃)’이다.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직접 관장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우수 중국인을 고향으로 불러들이는 게 목적이다.

기본적으로 50만~100만위안(약 8000만~1억6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주택보조금과 세제 혜택, 창업자금, 연구비 등은 별도다. 2008년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4200명이 중국행(行)을 택했다.

남효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IT 혁신이 본격화된 2012년부터 희망자가 몰려들어 대량 영입에 성공하고 있다”며 “선발 인재 중 절반가량은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경쟁업체에서 인재를 빼오는 작업도 활발하다. 삼성·LG 출신들이 영입 1순위다.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IFA에서 세계 최대인 110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 패널을 만든 중국 차이나스타의 서준태 최고정보책임자(CIO)도 LG디스플레이 출신이다. 그는 LG그룹 ‘스킬올림픽’ 수상 경력이 있을 정도로 유능한 인재다.

최 CIO는 “차이나스타의 부사장도 한국인”이라며 “전체 직원 8000명 중 한국인이 20명, 대만인이 3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의 인재 확보전은 단순한 스카우트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의 기밀을 빼서 중국으로 가져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임원 승진 가망이 없는 부장급 간부가 중국 업체로 넘어가면 보통 3년간 기존 연봉의 두 배를 받는다”며 “이 중엔 악의적으로 기밀을 빼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상하이·선전=남윤선/김보영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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