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 창업자 ‘인산인해’ > 서울 대치동 SETEC에서 25일 개막한 프랜차이즈 산업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설치한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예비 창업자 ‘인산인해’ > 서울 대치동 SETEC에서 25일 개막한 프랜차이즈 산업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설치한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인근 대학교가 개강을 했는데도 하루에 다섯 팀만 왔다 가는 날이 부지기수입니다. 요즘은 거의 단골 장사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지역상권에서 ‘스몰비어’(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소규모 맥주 전문점)를 운영하는 안모씨(29)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애초에 왜 이 장사를 선택했는지 후회스럽다”며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지난해 8월 창업한 안씨가 초기비용으로 들인 돈은 5000만원. 그러나 한 달에 150만원씩 나가는 월세와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를 제외하고 나면 초기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머나먼 꿈’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결국 대가를 치르는 과잉출점

스몰비어 전문점은 2011년 부산에 첫 점포를 연 ‘봉구비어’가 시초다. 한 잔에 3000원짜리 생맥주에 5000원짜리 수제 감자튀김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봉구비어가 전국에 600개 매장을 여는 등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하자 유사 브랜드가 잇달아 나왔다. 봉쥬비어, 상구비어, 용구비어, 광수비어, 춘자비어 등이 비슷한 콘셉트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시장은 이런 양상을 아슬아슬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과거 찜닭, 불닭의 열풍이 한순간에 사그라진 것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다는 것.

올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설빙을 비롯한 빙수카페도 스몰비어 전문점과 비슷한 상황이다. 확산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빙수카페는 설빙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8월부터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설빙은 1년 만에 400개의 점포를 냈다. 옥빙설, 눈꽃마녀, 파시야 등 이름이나 콘셉트가 비슷한 브랜드도 10개 이상 나왔다.

차별화보다는 일단 베끼고 보자는 식으로 매장을 내는 브랜드도 있다. 경기 군포시에 사는 김동희 씨(25)는 “집 주변에 빙수카페가 문을 열어 가보니 설빙의 인절미 빙수와 토스트를 더 싼 값에 팔고 있었다”며 “매장 벽에 글귀를 써놓은 인테리어와 간판 글씨체까지 설빙과 거의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창업컨설팅업체 FC창업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이들의 점포 증가 속도는 무척 빠르지만 마케팅과 경영능력 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트렌드가 변할 때도 생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브랜드

실제 한때 인기가도를 달리다가 한순간에 몰락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부지기수다. 2006년 막걸리 인기를 등에 업고 성장했던 ‘청송 얼음골 막걸리’가 대표적이다. 지역명에 한두 단어만 바꾼 유사 브랜드가 10개 이상 난립하면서 전체 매장 수는 1000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막걸리 열풍은 2년 만에 저물었다. 막걸리 비수기인 겨울철 매출 확보 대책이 없었던 게 패착이었다.

가맹본부들은 가맹점 출점에만 노력을 기울였고 장기적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막걸리라는 주종 자체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졌다. 2007년 경기 안양시에서 청송 얼음골 막걸리 전문점을 운영했던 김모씨는 “막걸리가 뜬다는 얘기를 듣고 안양역 부근에 점포를 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100m 거리에 비슷한 간판의 점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매월 매출이 20~30% 줄어드는 바람에 1년 만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간식 시장을 이끌었던 토스트전문점도 초보자가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대표 업체인 이삭토스트가 한때 가맹점 1000개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바른생활 토스트, 석봉 토스트 등 후발 주자도 함께 성장했다. 토스트 브랜드 수는 40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토스트 한 종류만 팔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다. 2007년을 전후로 대부분 가맹본부는 문을 닫았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장은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을 열기만 해도 가맹 수수료와 식자재 공급으로 인한 물류 수익을 얻기 때문에 나중에 사업이 망해도 큰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며 “반면 자영업자들인 가맹점주들의 피해는 돌이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진규/윤희은 기자 josep@hankyung.com

특별취재팀=조일훈 경제부장(팀장), 조진형·심성미·고은이(경제부), 강창동 유통전문·강진규(생활경제부), 정영효·서기열(증권부), 조미현(중소기업부), 윤희은(지식사회부), 김동현 기자(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