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C'가 출범한지 열흘이 지났다. 거래량과 주가는 성공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대매매에 따른 가격 왜곡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제3 주식시장인 '프리보드'가 비상장 장외주식 거래시스템인 K-OTC로 개편돼 첫 거래를 시작했다. 먼저 개장한 1부의 경우 기존 프리보드 주식과 함께 삼성SDS, 미래에셋생명, 포스코건설 등 우량 비상장주식을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지난 3일까지 K-OTC 개장 열흘 간의 성적을 보면 순조롭게 시장이 정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출범 이후 열흘 동안 K-OTC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10억7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프리보드의 일 평균 거래대금이 8700만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12배가 늘어난 것이다. 하루 평균 거래량도 36만5000주로 프리보드 7700주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 기간 K-OTC 시가총액은 27조8100억원에서 30조8700억원으로 증가했고, 가중 주가 평균도 1만3616원에서 1만5112원으로 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0.25% 하락하고, 코스닥지수는 0.90% 상승한 것에 비하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K-OTC시장의 스타는 단연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둔 삼성SDS다. 삼성SDS는 개장 이후 51억6700만원 어치가 거래되며 거래대금에서 1위를 기록했다. 거래량으로는 1만8000여주가 손바뀜됐다.

내일신문(7억1000만원)과 미래에셋생명(6억5600만원), 포스코건설(2억3000만원)도 높은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다만 수치적인 성과와는 별개로 일부 종목의 유동성 부족과 상대매매 방식에 따른 주가 왜곡 가능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K-OTC는 경쟁매매 방식의 코스피·코스닥 시장과 달리 상대매매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매수호가와 매도호가가 일대일로 일치하면 바로 거래가 체결된다.

더 싼 가격의 '팔자'가 있음에도 높은 가격의 매도호가와 일치하는 매수 주문을 낼 경우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동성이 적은 종목에서는 주가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K-OTC 개장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지오엠씨로 열흘 동안 2948%나 폭등했지만, 지난 달까지 하루 거래량이 10주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유동성이 부족했다.

금융투자협회 K-OTC 관계자는 "상대거래의 특성과 장외시장의 낮은 유동성을 감안하면 가격 왜곡의 개연성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동일한 방향에서 유리한 호가가 있음에도 불리한 호가를 체결시키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거래에 대해서는 감시하고 있다"며 "특정 계좌에 특정 종목의 비율이 높다거나 가장매매, 통정매매 등이 의심되는 경우 유선 경고 이후 수탁거부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