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독일·프랑스 등 자국민에 긴급 대피령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지난 2주간 이어진 이슬람 민병대 간 전투로 최소한 97명이 숨졌다고 리비아군과 병원 관계자들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리폴리에서의 민병대 간 공방전은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 붕괴 후 가장 치열했다.

전투는 리비아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미스라타의 무장세력이 가세한 이슬람 민병대 연합군이 트리폴리 공항을 공격하면서 시작했다.

공세를 개시한 민병대 연합군은 지난 3년간 트리폴리 공항을 장악해온 경쟁 민병대를 트리폴리 남서쪽에 있는 진탄의 언덕에서 몰아내려고 총력전을 펼쳤다.

리비아 보건부는 트리폴리 시내와 교외에 있는 병원 8곳에서 올라온 사상자 보고를 토대로 지금까지 97명이 희생당했고, 4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전했다.

또한 동부 벵가지에선 24시간 동안 정부군과 이슬람 민병대 사이에 벌어진 교전으로 3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망자 대부분이 군인이라고 소식통들이 밝혔다.

벵가지 전투는 전날 이슬람 무장세력이 시내 한복판 근처의 특수부대 본부를 급습하면서 발발했으며 병영을 지키던 군인이 큰 피해를 봤다.

이집트 외무부는 트리폴리에서 전날 민가에 로켓탄이 떨어져 23명이 숨졌고 이중 상당수가 이집트인이었다며 트리폴리와 벵가지에 있는 이집트 국민에게 즉각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기 전 리비아에는 이집트인이 150만명가량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3분의 2가 내전 기간에 리비아를 떠났다가 2012년 대다수가 귀환했다.

독일과 프랑스 외무부도 리비아 정세가 극도로 예측 불가능하고 불확실해졌다며 납치와 공격을 피하려면 즉각 출국하라고 당부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리비아에 머무는 약 70명의 자국민에 자력으로 떠나라고 요청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 벨기에, 몰타. 스페인, 터키도 자국민에 리비아에서 철수령을 내렸다.

한편 트리폴리 서부에서는 영국대사관 차량행렬이 차량납치범으로 보이는 괴한들의 총격을 받았다.

영국대사관 봄 필립슨 대변인은 "우리 차량에 여러 발의 총탄이 날아들었으나 무사히 현장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트리폴리·카이로·베를린 AFP·AP=연합뉴스) jianwa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