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군부독재를 무너뜨린 후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얀마가 한편에선 마약과 자원 밀거래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하경제가 뿌리 내리고 있는 곳은 소수민족 반군이 점령한 동부 카친주와 샨주다.

미얀마는 지난 5개월간 18억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받아냈다. 2012회계연도 FDI 총액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세계은행은 미얀마 정부가 내놓은 30개 개혁안을 토대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6.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표는 호조를 보이지만 미얀마 정부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17개 소수민족이 내전을 일삼아 온 동부 빈곤 지역 때문이다. 이 지역은 아편을 원료로 헤로인과 메스암페타민 같은 마약을 생산해 군사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중국으로는 연간 80억달러 규모의 천연광물을 내다팔고 있다. FT는 “이 지역은 주로 밀림이 우거진 산악지대고, 중국 인도 태국 등과 국경이 가까워 밀거래가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곳”이라며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오랜 내전 끝에 지난 4월 소수민족 반군과 부분적 휴전협정을 맺었지만 ‘마약과의 전쟁’에는 손을 못 쓰고 있다. 최근 유엔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의 아편 생산 증가로 중국과 메콩강 유역 내 메스암페타민 유통량은 2011년 1억4000만개에서 1년 새 2억4000만개로 늘었다. 동남아시아산 아편의 세계 점유율도 2005년 7%에서 지난해 18%로 증가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가 단속한 메스암페타민의 양은 올 들어 20만4000개로 작년 같은 기간 1190만개보다 2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5월 헤로인 단속량도 지난해 239㎏에서 올해 16㎏으로 급감했다. FT는 마약상이 마약 정제소를 국경 근처로 옮기는 등 점점 더 고도의 밀거래 수법을 쓰는 데다 대규모 내전을 우려해 정부가 단속 강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