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물론 부가세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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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다시 부가가치세 인상론이 나온다. 지난주 한국세무학회와 국회 입법조사처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현재 10%인 부가세율을 13%로 올리자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나왔다. 이미 한 해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넘었지만, 복지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계속 늘려가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고, 재원은 부족한 까닭이다.
실은 지난 대선 때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바로 덮어졌고, 작년 135조원의 복지 공약 정리과정에서도 일부 거론됐다가 책상 밑으로 치워졌던 문제다. 학계에선 언젠가는 부닥칠 사안이라며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도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지만, 공론화되는 것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부자증세? 여력이 없다
사실 증세를 하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부가세와 함께 3대 국세 수입원인 소득세와 법인세도 그렇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2012년 납부실적 기준으로 상위 1%가 전체의 49%, 상위 10%는 86%를 냈다. 법인세도 상위 1%가 86%, 상위 10%가 90% 넘게 부담했다. 법인세는 전체 세수에 대한 비중이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2010년 기준)다. 게다가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다. 소득세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지만, 전체 근로자의 36%가 면세자인 것이 큰 요인이다. 소위 부자증세를 하면 해결된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부자증세는 여력도 없거니와, 해봐야 세수가 얼마 늘어날 수도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의 복지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조세부담 역시 낮다. 덜 내고 덜 받는 구조다. 실제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012년 26.8%까지 올라갔지만 OECD 평균 33.8%(2010년)에는 한참 못 미친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평균 44.6%나 된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국민부담률도 OECD 평균치를 넘는다. 고복지는 고비용을 감수해야 가능하다. 정부가 감당할 능력도 없다.
굳이 증세를 한다면 여력이 있는 것은 부가세밖에 없다. 부가세는 1977년 이후 10%로 묶여 있다.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낮다. OECD 국가 평균치는 18.7%이고, 스웨덴 덴마크는 25%나 된다. 주요 국가들은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가세(소비세)를 인상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도 지난 4월부터 5%였던 소비세를 8%로 인상했고 내년에는 10%로 올릴 예정이다. 조세재정연구원도 진작에 부가세 인상을 건의했다.
부가가치세 손댈 수 있겠나
그러나 과연 부가세를 손대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크고, 내수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소득 4만달러를 훨씬 넘는 일본도 증세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다.
더구나 세금은 언제나 민감하고 폭발력이 강한 이슈다. 중산층이 내는 소득세를 연간 평균 16만원 올리려고 했다가 세금폭탄이란 소리가 나오며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게 작년이었다. 올초 연말정산에서는 어이없는 조삼모사 소동도 겪었다. 복지 증세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세금 얘기만 나오면 마치 몰랐던 일인 양 민심을 들쑤시고, 반정부 캠페인으로 몰아가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도 물론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선진국처럼 증세가 안된다면 선진국 수준의 복지도 못하는 것이란 합의가 더 급하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실은 지난 대선 때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바로 덮어졌고, 작년 135조원의 복지 공약 정리과정에서도 일부 거론됐다가 책상 밑으로 치워졌던 문제다. 학계에선 언젠가는 부닥칠 사안이라며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도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지만, 공론화되는 것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부자증세? 여력이 없다
사실 증세를 하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부가세와 함께 3대 국세 수입원인 소득세와 법인세도 그렇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2012년 납부실적 기준으로 상위 1%가 전체의 49%, 상위 10%는 86%를 냈다. 법인세도 상위 1%가 86%, 상위 10%가 90% 넘게 부담했다. 법인세는 전체 세수에 대한 비중이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2010년 기준)다. 게다가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다. 소득세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지만, 전체 근로자의 36%가 면세자인 것이 큰 요인이다. 소위 부자증세를 하면 해결된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부자증세는 여력도 없거니와, 해봐야 세수가 얼마 늘어날 수도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의 복지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조세부담 역시 낮다. 덜 내고 덜 받는 구조다. 실제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012년 26.8%까지 올라갔지만 OECD 평균 33.8%(2010년)에는 한참 못 미친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평균 44.6%나 된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국민부담률도 OECD 평균치를 넘는다. 고복지는 고비용을 감수해야 가능하다. 정부가 감당할 능력도 없다.
굳이 증세를 한다면 여력이 있는 것은 부가세밖에 없다. 부가세는 1977년 이후 10%로 묶여 있다.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낮다. OECD 국가 평균치는 18.7%이고, 스웨덴 덴마크는 25%나 된다. 주요 국가들은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가세(소비세)를 인상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도 지난 4월부터 5%였던 소비세를 8%로 인상했고 내년에는 10%로 올릴 예정이다. 조세재정연구원도 진작에 부가세 인상을 건의했다.
부가가치세 손댈 수 있겠나
그러나 과연 부가세를 손대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크고, 내수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소득 4만달러를 훨씬 넘는 일본도 증세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다.
더구나 세금은 언제나 민감하고 폭발력이 강한 이슈다. 중산층이 내는 소득세를 연간 평균 16만원 올리려고 했다가 세금폭탄이란 소리가 나오며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게 작년이었다. 올초 연말정산에서는 어이없는 조삼모사 소동도 겪었다. 복지 증세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세금 얘기만 나오면 마치 몰랐던 일인 양 민심을 들쑤시고, 반정부 캠페인으로 몰아가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도 물론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선진국처럼 증세가 안된다면 선진국 수준의 복지도 못하는 것이란 합의가 더 급하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