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의료수출이 이미 날개를 달고 있는 형국이다. 엊그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는 2015~2020년 필리핀에 10개의 병원을 새로 건립한다고 전했다. 총사업비만 300억엔으로 병원 건설에서 운영 지도, 기기 납품에 이르기까지 일괄 공급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의료시스템 수출의 모델이다. 미쓰비시는 필리핀에서의 실적을 토대로 다른 동남아 국가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급성장하는 아시아 의료시장을 선점하자는 목소리가 드높다.

일본의 의료수출은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해 성장전략을 내놓으면서 더욱 탄력받는 분위기다. 2020년 의료기술·서비스의 수출 목표도 지금의 3배인 1조5000억엔으로 대폭 늘려잡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아시아 의료시장만 해도 2012년 1조3000억달러로 5년 전에 비해 무려 92%나 급성장했다. 그야말로 새로운 황금시장의 등장이다. 아시아 의료시장 공략에 나선 일본 기업은 미쓰비시만이 아니다. 미쓰이물산은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대 규모 의료법인에 출자했고, 세콤은 도요타통상 등과 합작으로 인도 벵갈루루에 병원을 개설하고 있다. 아시아 의료시장 전체가 일본의 체인망으로 변해가는 형세다.

한국은 10여년 전부터 중국 등 아시아로 의료수출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야 국내 병원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전수하는 협력사업이 눈길을 끄는 정도다. 사실 정부가 의료수출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 년 전이다.

의료산업이 글로벌화되려면 해외환자 유치(인바운드)만으로는 안 되고 병원 수출(아웃바운드)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의료기기 등의 해외 수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환자 유치도 그렇지만 병원 수출 역시 이런저런 규제로 제약받고 있다. 당장 수출능력이 있는 대형 종합병원만 하더라도 하나같이 비영리법인이어서 해외투자를 하려면 넘어야 할 법률적 한계가 한두 가지가 아닌 실정이다. 의료수출에 불을 붙이려면 규제부터 푸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