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지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물론 리더십 있는 훌륭한 인물이 기용돼야 한다. 공직혁신을 필두로 국가개조 수준의 변화와 발전을 꾀하자면 역량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

총리의 자질론은 진작부터 쏟아졌다. 온갖 고상한 덕목은 죄다 망라되는 게 총리라는 자리다. 세월호 참사로 이번에는 기대치가 더 올라간다. 경륜에 돌파력과 공정성이 모두 필요하다고 한다. 청렴은 기본이다. 털끝만한 하자도 안 된다. 정치력도 필수지만 당파성은 금물이다. 무균질의 슈퍼맨이 나오라는 사회적 요구에는 끝이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런 인물이 있을까. 전 국민을 만족시킬 영웅 같은 공직의 표상은 과거에도 있어본 적이 없다. 빼어난 공직자 발굴은 영원한 숙제지만 인물론이나 자질논쟁도 이제는 지양할 때가 됐지 싶다. 정치권이 자질과 인물을 논하는 것이 오히려 후보자를 깎아내리기 위한 전주곡처럼 들릴 뿐이다.

오히려 입법부의 절대적 우위요 의회 독재인 이런 상황이 총리나 각료 인물난을 부추기고 있다. 지금 한국 국회는 행정 사법에 대해 절대우위의 견제 없는 권력이다. 사법부는 그런 국회를 견제할 의지도, 방편도 없다. 어떤 총리도 독주권력에 맞설 힘이 없다. 입법권, 예산권, 감독권으로 국회는 행정 부처를 장악한 지 오래다. 장관이 의원에게 말대꾸도 할 수 없는 그런 잘못된 소통구조가 더욱 악성화하고 있다. 총리라 해서 장관과 다를 바도 없다.

행정부 길들이기의 시작이 인사청문회다. 조폭의 통과의례를 방불케하는 윽박지르기 아니면 막무가내식 폭로로 굴종을 강요하는 풍경이 되풀이된다. 딱 잘라, ‘청문회 무서워서…’ 공직은 사양한다는 인사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 결과 영혼없는 관료, 잘릴 목이 둘인 교수 집단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이다. 이런 정치 환경에서 인물난은 구조적이다. 총리 인사도 본질은 이것이다. 굴신형· 무기력형에서 벗어나 원칙·소신형 총리를 찾자면 국회 독주 시스템부터 깨야 한다. 그래야 국가안전처도, 행정개혁처도 굴러갈 수 있다. 총리의 무능은 예정된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