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연계가 핵심"
“웨어러블 기기를 하드웨어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연결’입니다.”

웨어러블(착용식)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판매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핏비트’의 에릭 프리드먼 공동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 21일 인터뷰를 하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각 분야의 강자는 이미 있다”며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아우르는 기술과 노하우가 없다면 이들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여전히 강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핏비트 하드웨어 기업 아냐”

"웨어러블 기기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연계가 핵심"
핏비트는 북미 시장에서 지난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점유율 67%를 차지한 1위 기업이다. 세계에 3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이 회사는 하루 동안 이용자가 얼마나 움직이는지, 잠은 푹 자는지 등을 체크하는 웨어러블 제품을 42개국에서 팔고 있다. 손목에 차는 팔찌형부터 클립형으로 옷에 꽂는 형태, 속옷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초소형 제품까지 다양하다.

SBS가 주최한 정보기술(IT) 행사인 ‘서울디지털포럼(SDF) 2014’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한국에 온 프리드먼 대표는 “핏비트는 ‘하드웨어 벤처기업’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직원의 절반가량인) 150여명의 엔지니어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최적 결합을 늘 고민하고 있다”며 “필립스 등 다양한 제조 기반 회사,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데 자신이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웨어러블 시장을 탐내지만 두 분야의 결합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시장에 진출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퓨얼밴드’를 내세워 웨어러블 시장 선도를 꿈꿨던 나이키도 지난 4월 개발조직 인원 대부분을 해고하며 웨어러블 시장에서 손을 뗐다. 이 회사가 2012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가해 쓴 돈이 핏비트의 1년치 마케팅 예산보다 많았다. 프리드먼 대표는 “웨어러블 제품 사업자가 또 신경 써야 할 문제는 디자인”이라고 했다. 핏비트는 세계적 패션 브랜드 ‘토리버치’와 협업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도 잇달아 웨어러블 기기에 명품 디자인을 접목하는 추세다.

○닌텐도 하다 아이디어

핏비트는 프리드먼 대표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이 같이 세웠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박 대표와 예일대를 졸업한 프리드먼 대표는 잇달아 여러 개의 회사를 창업하고 매각한 ‘연쇄창업자’다. 두 사람은 정보통신 미디어 기업 시넷에서 처음 만났다.

닌텐도 콘솔 게임기 ‘위’로 함께 게임을 즐기던 두 사람이 게임뿐 아니라 헬스케어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2007년 창업한 이 회사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행사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의 전신인 ‘테크크런치 50 콘퍼런스’에 2008년 참가했다.

당시 보급형 제품 개발을 마무리짓지 못했던 두 사람은 99달러(약 10만원)에 선구매 예약을 받기로 했다. 프리드먼 대표는 “이때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폭발적 수요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에 누가 선뜻 신용카드 번호를 적어 낼지 의심했다”며 “내가 10명이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더니 박 대표가 ‘50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예약자는 3000명이 넘었다.

정식 제품이 출시되자 일반 소비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십시일반 모은 적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수차례의 펀딩을 통해 받은 투자 누적액은 6000만달러(약 616억원)에 달한다. 프리드먼 대표는 “핏비트 제품에 건강뿐 아니라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하는 가능성은 늘 열어두고 있다”며 “이 분야 먹거리를 찾기 위해 아예 신사업발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 핏비트

웨어러블(착용식)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판매하는 벤처기업. 미국 건강관리용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6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42개국에서 손목에 차는 핏비트 플렉스(사진), 핏비트 원, 핏비트 포스 등의 제품을 팔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