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북측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주말 최고 권력기구라는 국방위원회의 담화를 통해서였다. 흔쾌히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민생 인프라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드레스덴 선언의 골자였다. 아쉬운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외부 발표와 내부의 계산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 북한의 대외전략이었던 만큼 완전히 포기할 상황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통일에 대한 우리 내부의 확고한 신념이다. 그래야 장기적 안목의 일관된 통일 준비도 가능하다. 지난 주말 국회 외통위의 발언들을 보면 여야 의원들뿐 아니라 주무 장관도 우리가 추구할 통일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5·24조치를 완화하라는 압력을 거듭했다. 더욱 딱한 것은 류길재 장관의 답변이다. 류 장관은 ‘흡수통일 의도가 없다’는 메시지를 발표하라는 야당 중진의 제안에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아니, 흡수통일이 아니면 어떤 통일이 있다는 것인가. 적화통일도 좋다는 것인가, 아니라면 소위 연방제 통일도 수용한다는 것인가.

박 대통령은 어제도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사에서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통일을 향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런데 주무 장관이 그 말을 못 알아들어서야 되겠는가. 김정은 세습 정권을 인정하는 것을 우리는 통일이라고 절대 볼 수 없다. 통일의 위업을 이룬 서독은 어떤 경우에도 동독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마땅하다.

흡수통일에 대한 반대는 드레스덴 선언을 2주 만에 거부한 북의 성명서가 표명하고 있는 골자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북한이 오히려 박 대통령의 통일관과 드레스덴 선언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개방·개혁을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 통일이어야 한다는 것은 긴말이 필요없다. 화해니 평화공존이니 연방제니 하는 현란한 수사는 김정은 정권을 인정하는 토대에서나 가능하다. 퍼주기 위해 왜 또 안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