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도 '이공계 프리미엄'
“이공계 인재 확보가 거의 전쟁 수준입니다. 제 아이는 무조건 이과로 보낼 겁니다.”(LG 계열사 인사팀장)

‘이공계 프리미엄’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절반이 이공계 출신으로 채워지는 등 산업계의 우대 현상은 굳어지는 단계다. 상경계가 압도적이던 금융권으로도 이공계 전공자가 밀려들고 있다.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미래 핵심 사업분야를 선점하는 양상도 뚜렷하다. 융·복합이 강조되면서 이학 공학 등의 전문지식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특히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가로의 전방위적 진격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KAIST 수리과학과에서 취직으로 진로를 정한 졸업자 9명 중 6명이 금융권을 선택한 데서 잘 드러난다.

금융사들도 새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이공대생 채용에 발 벗고 나섰다.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은 이공계 지원자를 우대하고 가산점까지 부여한다. ‘확률게임’업인 보험사와 미래 전략으로 빅데이터 사업에 ‘올인’ 중인 신용카드회사들도 수학 통계학 컴퓨터공학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리스크 관리, 새 상품 개발 등 많은 업무에서 이공대생 특유의 분석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는 이공계 우대가 대세다.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대표이사의 49%가 이공계 출신이다. 상경·사회계열(44%)을 제치고 주류가 됐다. 대기업들은 3학년 때부터 장학금을 주는 등 ‘입도선매(立稻先賣)’ 작전을 펼치고 있다.

SK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상사들이 이제 자원 개발에 주력하는 등 산업의 속성이 바뀌고 있어 이공계 프리미엄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백광엽/김태훈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