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의 사용자 경험을 분석해주는 솔루션 ‘유저해빗’을 개발한 앤벗의 정현종 대표(왼쪽 세 번째)와 이주형 CSO(네 번째), 이한솔 CTO(두번째).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모바일 앱의 사용자 경험을 분석해주는 솔루션 ‘유저해빗’을 개발한 앤벗의 정현종 대표(왼쪽 세 번째)와 이주형 CSO(네 번째), 이한솔 CTO(두번째).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지난해 7월 창업한 스타트업 앤벗의 정현종 대표는 2년 전인 2012년 1월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왔다. 스물아홉의 나이였다. 연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2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기획과 운영 일을 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었지만 “나만의 회사를 갖고 싶다”는 오랜 꿈이 그를 불편하게 했다. 지난 7일 서울 신천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한창 주변에서 모바일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이용 행태를 분석해 사용자경험(UX)을 개선해주는 솔루션 ‘유저해빗’을 개발한 앤벗은 제품이 정식으로 출시되지도 않았지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6월 삼성SDS의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인 ‘에스젠 글로벌 2013’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12월엔 중소기업청의 ‘글로벌시장형 창업 연구개발(R&D)’ 사업에 선정됐다. 단순히 아이디어만 갖고 창업하는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탄탄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드백 없는 게 개발자들 고민”

하지만 그가 삼성에 사표를 냈을 땐 아무런 계획도 아이디어도 없었다. 그는 “‘삽질’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막상 회사를 나왔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창업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런저런 창업 세미나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한 창업 강좌에서 한 개발자의 말이 그를 솔깃하게 했다. “앱을 만들어 출시할 때 사람들이 열광할지 아니면 악평을 쏟아낼지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군요”라는 말이었다. 정 대표는 그 개발자가 “돈을 주고서라도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무릎을 쳤다고 했다.

아프리카에서 가발을 파는 세일즈 업무를 하다 한국에 들어온 이주형 최고전략책임자(CSO),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로 뽑힌 이한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면서 아이디어는 구체적인 사업으로 모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모바일 앱 개발자들을 여럿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정말 필요한 솔루션이라고 말해줄 때마다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문처럼 어딜 눌렀는지 나타나

올 하반기 정식 출시할 예정인 ‘유저해빗’은 이용자들이 모바일 앱을 쓸 때 그 안에서 어떤 메뉴를 많이 쓰고 어떤 부분을 터치하는지 추적해 모바일 앱 개발사에 알려주는 B2B 솔루션이다. 그가 보여준 데이터 분석 화면에는 사용자들이 모바일 앱을 쓰면서 누른 부분이 손가락 지문처럼 나타났다.

정 대표는 “이를 분석하면 모바일 앱 안에서 메뉴를 구성할 때 사람들이 많이 쓰는 메뉴를 제일 앞으로 뺄 수 있고, 계속해서 잘못 누르는 부분은 디자인을 바꿔 쓰기 편하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설문조사를 띄워 바로 불편한 부분을 물어보는 기능도 있다.

정 대표는 “세계적으로도 이런 솔루션은 이제 막 생겨나는 단계”라며 “기술과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세계에서 통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