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맏형' 이규혁(36·서울시청)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6번째 올림픽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운다.

소치에서 한국 선수단을 돕는 자원봉사자 중에는 동·하계를 통틀어 무려 12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년의 신사가 있다.

주인공은 미국에서 온 패트릭 해셋(56)씨.
31일(현지시간) 해안 클러스터 선수촌에서 만난 해셋은 "소치까지 30시간을 넘게 이동했다"면서도 표정에는 개막을 앞둔 설렘이 가득했다.

미국 육군의 조종사 출신인 그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군부대의 치안 지원 업무에 참여하면서 올림픽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 선수단과 함께한 건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로 꼭 10년째. 1985∼1988년 주한미군으로 복무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가 입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기념 점퍼는 올림픽과 그가 나눈 세월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는 모처럼 만나는 외국 관계자들이 그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해셋은 "마운틴 빌리지에는 올림픽에 13번 온 분도 있고, 선수단 식당에는 14번째 올림픽을 맞이한 분도 있다"면서 "저는 '넘버 3'일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자신의 '올림픽 역사'의 상당 부분을 한국과 함께한 그는 "다른 나라의 자원봉사자 중에는 제대로 일하지 못하고 '시간 낭비'한다는 생각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체조의 양태영이 오심으로 억울하게 금메달을 놓쳤을 때 발벗고 나서 전문 변호사를 알아본 이가 그였다.

해셋은 "한국의 크기는 미국의 한 주 정도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나라의 크기가 실력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걸 한국이 보여준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동계올림픽 선수로는 지금은 러시아 대표가 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인상적었다고 떠올렸다.

2006년 토리노에서 본 안현수를 "수줍음이 많지만 '나이스 가이'"라고 기억한 그는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안현수가 경기에 나서면 한국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라는 질문을 기자에게 던질 정도로 관심이 컸다.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좋아하는 종목도 쇼트트랙이다.

해셋은 "경기 속도가 매우 빠르고 누가 이길지 모르는, 간발의 차이로 승자가 결정되는 게 쇼트트랙의 묘미"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낸 4년 전 밴쿠버에도 있었던 그는 소치에서 '태극전사'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올림픽 베테랑'답게 "금메달만 높이 평가하는 건 틀린 생각"이라면서 "은메달과 동메달도 똑같이 축하받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에서 군생활을 하고 한국 선수단과 함께 올림픽을 치른 해셋이 정의하는 한국은 '인생 경험의 하이라이트'다.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가는 것은 그가 꿈꾸는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2004년에 마지막으로 한국에 갔어요.

평창은 상공에 있었던 적은 있겠지만 가보지는 못했죠. 올림픽을 통해 꼭 가보고 싶습니다.

"
미국과 한국 선수가 대결하면 어디를 응원하겠느냐는 질문에 "한국 팀에 있으니 한국을 응원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한 그는 "개막식까지 준비할 것이 정말 많다"면서 선수촌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소치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