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은 방송사의 자존심 대결이라고 불리는 만큼 사활을 건다. 이런 치열한 전쟁에서 군대예능으로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진짜 사나이’다. 7명의 연예인이 군대에 입대해 일반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다. 식상할 수도 있는 소재의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장년층의 관심 때문이란다.

중장년층에는 군대 이야기가 이미 오래전 경험일 텐데 왜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군대생활이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전히 군대에서와 유사한 사회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군대생활의 추억과 어울려 감정이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조직도 그 원형은 군대다. 분명한 존재 목적이 있고,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조직을 구성한다. 그리고 조직의 효율을 위해 지휘계통을 구축하고, 그 지휘를 책임지는 리더를 선발한다.

외부에 강력한 경쟁자를 갖고 있으며 끊임없이 이들에 대한 정보를 취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경쟁자의 약점을 파악해 승리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고 리더를 통해 실현한다.

군대와 기업의 이런 조직과 운영상의 동일성 때문에 많은 경영자들이 관리와 리더십에 관해 군대에서 교훈을 얻고 군대식 제도와 관행을 경영에 접목해왔다. 특히 예외 없이 군대 경험을 하게 되는 한국의 많은 경영자는 군대 운용을 회사 경영의 모태로 삼고 실천해 왔다. 엄격한 집단 규범 하에 상명하복을 근간으로 즉각적이고 일사불란한 업무 추진을 문화로 구축해 온 것이다. 군대에서처럼 모든 결정은 경영자가 내리고, 부하직원은 그 결정에 따라 재빠르고 정연하게 실행만 하면 되는 경영을 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영은 과거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군대식 경영이 한계를 맞고 있다. 경영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경쟁의 가장 큰 핵심성공 요인이 됐다. 과거처럼 기계나 자본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성공 공식으로 바뀌었다.

과거처럼 경영자가 가진 혜안이나 통찰력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직원들은 실행만 하면 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경영환경이 스피디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상황이 발생하면 리더를 거쳐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하고 그들의 결정을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환경이 된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인적자원이 과거의 그들과는 다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경영자보다 더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고 소비하며, 외재적인 동기로 행동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으며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경영자가 결정을 하면 단순히 복종하고, 개인적인 삶은 포기한 채 일사불란하게 실행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내재적인 동기가 자극이 될 때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그런 환경을 찾아 유목민처럼 떠도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대하는 리더의 모습도 바뀌었다.

과거 군대식 리더는 철저한 상명하복의 전달자이자 무조건적인 실행자였다. 지금 그런 리더는 존경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역할을 수행할 수도 없다. 작금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모습은 환경적응적 리더, 동기부여형 리더다. 경영환경이 훨씬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하며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의 결정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가야 하는 내비게이터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내재적인 동기가 있어야 움직이는 인적자원들을 몰입하게 하는 동기부여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진짜 사나이'의 군대식 리더, 기업에선 왜 환영받지 못할까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주체인 회사원들의 기대 역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상의 회사생활은 과거의 군대생활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느낀다. 그러다 보니 일요일 저녁이 되면 과거로 끝나지 않고 현재도 계속하고 있는 군대생활에 감정이입되는 것이다.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 현재가 아닌 과거의 아련한 추억으로만 느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 환경, 고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