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광우병 괴담 vs 민영화 괴담
마크 트웨인은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틈만 나면 난무하는 온갖 괴담(怪談)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괴담이 국민용어가 된 것은 2008년 광우병 괴담부터다. 유언비어나 풍문, 루머 등의 유사어를 모두 압도했다. 천안함 괴담, 신종플루 괴담, 선거부정 괴담, 세무조사 괴담, 방사능 괴담, 민영화 괴담…. 가히 괴담 공화국이다.

하지만 희한한 사실은 MB정권을 무력화시킨 광우병 괴담에 비해 민영화 괴담은 우려만큼 파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뇌 송송, 구멍 탁’에 어린 여학생들이 “열여섯살밖에 못 살았다”고 울부짖던 게 불과 5년 전이다. 반면 최근 ‘지하철 요금 5000원’, ‘서울~부산 KTX 요금 28만원’ 같은 괴담은 코웃음치는 사람들이 다수다. 왜 달라졌을까?

괴담은 정보비대칭 상황에서 정보 편식이 심할 때 생긴다. 특히 본인에게 중요한 문제이면서 정보가 부족하고 모호할수록 괴담은 비탈길 눈덩이가 된다. 광우병이 라면스프, 화장품, 생리대, 심지어 공기로도 전염된다는 황당 거짓말에 속절없이 말려든 이유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은 확률이 단 0.00001%라도 주관적 확률은 훨씬 커지게 마련이다.

끼리끼리 모이는 트위터나 카카오톡은 괴담의 더없는 번식환경이다. 요즘 최신 야동은 과거 O양 비디오보다 10배, 100배쯤 빨리 퍼진다. 그런데도 민영화 괴담이 힘을 못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학습효과다. 광우병 시위대의 맨 앞줄에 섰던 인사들이 지난 주말 민노총 집회에 또 나왔다.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쁘지만, 두 번 속으면 내가 바보라고 하지 않았나.

유포된 괴담도 너무 허술하다. 지하철 요금이 5000원이면 택시, 버스 타면 되고 KTX가 28만원이면 비행기, 고속버스 타면 된다. 대체재가 많으면 가격인상이 어렵다는 것쯤은 중딩들도 다 배우는 경제원리다. 이런 판에 ‘발본색원, 엄중처벌’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정부의 괴담 대처법도 볼썽사납다.

우리 사회에 괴담이 성행하는 것은 전문가집단, 언론부터가 당파성과 진영논리에 포획돼 거짓을 선별하는 기능을 상실한 탓이다. 미국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은 “사람들은 사실을 본 다음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먼저 내려놓고 본다”고 말했다. 팩트보다는 누구 편이냐를 먼저 따진다는 얘기다. 지력(知力)을 상실한 갈등사회의 비극이다. 괴담의 특효약은 진실뿐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