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오비맥주 외국계 대주주에 1500억 세금 추징
국세청이 오비맥주의 대주주인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해 1500여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3년간 7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는데도 이에 따른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몰트홀딩에 그간 납부하지 않은 배당소득세 1500여억원을 내라고 통지했다. 몰트홀딩이 한국 내에 소재지를 두고는 있지만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만큼 내국기업 간 적용되는 배당소득 비과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국세청의 진단이었다. 몰트홀딩은 이달 초 추징세액 1500여억원을 일단 납부하고 곧바로 국세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했다.

몰트홀딩은 2009년 오비맥주 지분 100%를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로부터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18억달러였다. 몰트홀딩은 네덜란드 소재 실레너스홀딩의 100% 자회사이며, 실레너스홀딩은 세계적 사모펀드인 KKR과 어피니티가 각각 50%씩 내서 세운 페이퍼컴퍼니이다.

오비맥주는 대주주가 바뀐 이후 실적이 대폭 호전되며 매년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몰트홀딩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간배당 등을 포함해 7200억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받았다.

현재 상법이나 세법상 국내기업이 국내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을 때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배당받은 기업이 나중에 법인세 등을 납부할 때 이중과세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막기 위해서다. 국세청은 몰트홀딩의 경우 국내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사모펀드가 세운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다.

몰트홀딩은 국세청의 이 같은 해석이 잘못됐다고 맞서고 있다. 우선 몰트홀딩의 소재지가 충북 청원이며, 그간 받은 7000여억원의 배당금을 오비맥주를 인수할 때 국내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소재지가 한국이며 차입금 상환으로 인해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낼 세금도 없다는 게 몰트홀딩의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몰트홀딩이 형식상 국내 법인이지만 몰트홀딩의 활동으로 인해 실질적인 수익을 얻는 것은 외국소재 기업”이라며 “과세는 실질적인 수익이나 소득이 어디로 귀속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에 세금을 추징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업계는 몰트홀딩 외에도 적지않은 외국펀드가 몰트홀딩과 같은 LBO(차입매수·Leveraged Buy Out) 방식으로 국내에 투자한 만큼 다른 펀드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