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 채(K. Chae) ‘아빌라, 스페인’(2010년)
케이 채(K. Chae) ‘아빌라, 스페인’(2010년)
한 수녀가 스페인 아빌라의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허리 굽은 수녀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묵묵히 걷고 있다. 수도자의 삶은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한 길만 따라 걷는 것과 같다. 수녀는 자신을 기다리는 하나의 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진가 케이 채가 스페인에서 카메라에 담은 이 사진은 일생을 신(神)의 가르침에 순명하고 살아온 노수녀의 삶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10년 동안 세계 43개 나라를 순례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마을의 골목도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그랬더니 마음을 움직이는 풍경들이 카메라 속으로 들어왔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