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과 관련된 세금감면 한도를 확대하고 요건도 완화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처리 문제가 ‘복병’을 만났다. 정부와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가업상속 세금감면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처리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용섭 민주당 의원과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반대하면서 안건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5일 국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심사소위원회는 이달 들어 14차례 회의를 가졌으나 가업상속 관련 상속·증여세법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는 가업상속재산 소득 공제율을 현행 70%(300억원 한도 내)에서 100%(300억원 한도 내)로 늘려주고, 공제대상도 ‘매출 2000억원 이하’ 기업에서 ‘3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과 조정식 설훈 민주당 의원 등은 정부 안보다 공제한도(한도 폐지 또는 1000억원)와 공제 대상(매출 5000억원 이하 또는 1조원 이하)을 크게 늘린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야 의원들은 또 가업을 물려받는 상속인 요건(1인 전부 상속, 상속 전 2년 이상 종사)과 피상속인 요건(10년 이상 계속 경영, 주식 총수의 50% 이상 보유)도 완화해 갑작스러운 가업상속 때에도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용섭 의원은 “올해 공제대상을 매출 1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려놨는데 해마다 대상을 이렇게 큰 폭으로 바꿔도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제한도나 대상보다 더 중요한 게 공제요건”이라며 “가업상속 공제를 해주려면 상속받은 사람이나 상속해주는 사람이 어느 정도 가업에 책임 있게 종사했다는 증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국세청장을 지낸 조세통으로, 그의 의견이 조세소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박원석 의원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급격한 상속요건 완화, 공제한도 확대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호 중기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한 해에 40~50명 정도만 가업상속 세금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이라며 “엄격한 요건을 풀어 많은 상속기업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