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업계 5대 사건
지난달 8일 한국경제신문 A3면에 동양증권 부산본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 두 장이 실렸다. 동양증권 부산본부 직원 3명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사진)과 동양증권 고객으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들이 난장판인 사무실 바닥에 앉아 배달음식을 먹고 있는 사진이었다. 동양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심경은 이해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많았다. ‘여의도 김과장 이대리’ 5명에게 ‘2013년 증권업계 5대 사건’ 설문을 받은 결과 ‘동양 사태’가 3표로 가장 많았다.

동양 사태를 꼽은 ‘여의도 김과장 이대리’들은 반성과 걱정의 뜻을 동시에 표했다. “언젠가는 터져야 할 문제였다”고 운을 띄운 A과장은 “증권사들이 고금리로 투자자들을 유혹할 때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 항상 건전한 금융회사와 거래하는 게 좋다”고 했다.

증권사 본사가 밀집한 서울 여의도의 체감온도를 10도는 더 낮춘 ‘구조조정’도 ‘여의도 김과장 이대리’들의 관심사였다. C과장은 “올 한 해 거래대금 감소로 소매영업(브로커리지) 중심의 증권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며 “업계 전체가 구조조정 이슈에 휘말린 상황”이라고 했다. D과장은 “유례 없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와 대형 인수합병(M&A) 성사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코스피200옵션 주문 실수로 462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한맥투자증권 사태도 2표를 받았다.

주식시장 종사자답게 글로벌 경제 이슈도 ‘여의도 김과장 이대리’들이 꼽은 5대 사건에 들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는 ‘동양 사태’와 같은 3표를 받았다. E과장은 “양적완화 축소는 올 하반기 내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이었다”며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 이슈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올 상반기 외국인 순매도의 원인이었던 ‘뱅가드 상장지수펀드(ETF)의 벤치마크지수 변경’과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따른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도 주요 사건 목록에 들어갔다. 이 밖에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 진입’ ‘상장지수펀드(ETF) 활성화’ ‘STX 웅진 사태에 따른 채권시장 양극화’도 올 한 해 증권가에서 화제를 모은 사건이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