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우울한' 사모님, 이유 찾지말고 즐거운 활동 찾아야
전통적으로 우울증은 여성의 병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두 배 정도 높다. 특히 ‘사모님들’로 불리는 중년 여성의 우울증 위험도가 높다. 남성과 여성의 생리적인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반추(rumination)’라는 특징적인 사고 패턴 때문이기도 하다. 자꾸 왜 우울한지 머릿속으로 묻고 또 묻는 것도 반추에 해당한다.

임상 경험에 비춰보면 40~50대 중년 ‘사모님들’ 가운데 반추 경향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유독 높다. 반추는 생각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생산적이지 않고 부정적인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생각에 자꾸 빠져드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과거의 나쁜 경험이나 기억에 집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년기에 경험하는 스트레스나 인생의 문제는 사실 원인을 알기 힘든 것이 많다. 설혹 원인을 알게 됐다고 해도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의 실체를 알았다고 해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문제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는데 고민 끝에 원인을 찾아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걱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태도를 버려야 본연의 감정을 되찾고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울하고 의욕이 없는 이유를 찾으려고 괜한 에너지를 쏟아부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필요한 생각이 사람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자신이 지금 우울하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울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단계다. 우울한 느낌도 마음속으로 들어왔다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런 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세세한 기분에 대해 따지고 드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정신을 더 집중해야 한다.

무엇이 즐거움을 가져다주는지, 어떤 활동이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지 알게 된다면 지금 바로 무조건 행동에 옮겨보자. 한발을 들여놓으면 그 다음 발은 보다 쉽게 옮겨져 결국에는 몸 전체에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의미 있는 활동에 뛰어든다면 우울함도 사라지고 삶의 의미와 풍족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병수 <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