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는 주부 김미영 씨(33)는 지난 3분기에 미국 온라인쇼핑몰에서 두 딸에게 줄 유아복을 8벌 샀다.

김씨처럼 ‘해외 직접 구매족(族)’ 급증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해외 직구가 소비자에게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시장엔 악재이기 때문이다. 해외 구매가 늘어날수록 국내 소비는 그만큼 줄어든다.

○국외 소비 3분기 최대 기록


'해외 직구' 열풍…국외소비 사상 최대
실제 9일 한국은행 국민소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계 최종소비지출에서 국외 소비지출은 6조493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분기(5조8381억원)보다 11.2%, 작년 동기보다는 4.7% 증가했다. 국외 소비지출엔 외국여행 중 현지에서 쓴 현금과 카드결제, 유학송금 외에도 국내 거주자가 해외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해 직접 구매한 대금도 포함된다.

국외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8%로 국내 소비 증가율(3.8%)의 두 배를 넘었고, 올해 1~3분기에도 4.3%로 국내분(2.6%)을 웃돌았다. 연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3.09%에서 올해 3.48%로 높아졌다. 원화 강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추세란 분석이 많다.

○해외 직접 구매 왜 늘어나나

'해외 직구' 열풍…국외소비 사상 최대
신한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신한카드로 결제된 해외 온라인쇼핑 이용액은 210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5.1% 늘었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시즌 1주일간 이용자 수는 3만7000명으로 작년보다 1만명 급증했다. 인천공항 세관을 거쳐 들어오는 해외상품 전자상거래 반입물품 수는 2009년 231만개에서 지난해 719만개로 불어났다.

황정미 대한상의 유통산업정책실 과장은 “해외 직구는 2010년께 몰테일 등 해외배송 대행업체들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국 등에 물류창고를 확보한 이들 대행업체는 소비자가 더 편리하고 저렴하게 해외 직구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지난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미 특송화물의 면세 기준이 ‘상품가격 기준 200달러’로 상향된 것도 해외 직구 확산을 이끌었다.

○외국 직구족 유치로 대응해야

문제는 해외 직구가 계속 늘어날 경우 내수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외 소비의 대부분은 해외여행에서 발생했지만 앞으로는 ‘안방에서 클릭 몇 번’이 국내시장을 더 위협할 수 있다. 국내 소비 회복→기업 생산과 투자 증가라는 경기 선순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 지출이 해외로 빠진 만큼 자영업자 등 국내 도소매나 관련 서비스 업종 매출은 직격탄을 맞는다”고 우려했다.

늘어나는 국외 소비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 해외 직구는 괜찮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다. 대외 개방이 진척되면서 국외 소비를 막을 정책수단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전문가들은 오히려 역발상을 제안한다. 국내 온라인쇼핑몰의 경쟁력을 키워 ‘해외 직구족’을 끌어들이자는 것.

황 과장은 “관광수지 적자를 외국인 관광객 유치로 줄인 것처럼 중국이나 동남아 소비자를 내수시장에 끌어들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미/강진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