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안팎 표면적 변화 감지 안돼"…소식통들 "큰 동요 없는 듯"
북중경제 '타격'·지재룡 주중대사 '소환'여부 주목

북한당국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 사실을 9일 오전 전격적으로 공개했지만, 주중 북한대사관 주변과 북중 접경지역 등에서는 기류나 분위기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

이날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베이징 시내 르탄(日坦)공원 북쪽에 자리 잡은 북한대사관 정문 앞에는 평소와 다름 없이 중국의 무장경찰 한 명이 경비를 서고 있을 뿐 주변 경비강화 등의 '특이 동향'은 전혀 없었다.

대사관 직원들의 출퇴근에 주로 이용하는 동쪽 출입구에서는 직원들이 평소와 다름 없이 삼삼오오 출근하는 모습만 포착됐다.

북한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진 대사관 주변 북한식당들도 내부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영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북한대사관 주변의 이런 분위기는 '장성택 실각설'이 알려진 지 사흘째 되던 지난 6일과 대동소이한 것이다.

당시 한 북한식당에서는 점심시간임에도 대사관 직원들로 보이는 북한주민들이 반주(飯酒)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고, 식당 안쪽에서는 노랫소리도 흘러나왔다.

장성택 실각 이후 북한당국이 재외공관 직원들에 대해 고강도 '사상교육'을 실시하고, 호구조사 등을 부쩍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반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닌듯싶었다.

북한 내에서도 주민동요 등 이상징후는 포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나선특구를 다녀온 한 중국인 사업가는 "북한 당국이 장성택 실각을 공식 발표하기 전 실각설이 제기됐을 때도 현지 주민 상당수는 이를 사실로 여기고 있었다"며 "시내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의 북한여행도 여전히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단둥, 선양 등 중국 동북지역 주요 도시의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가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한 측 초청에 따라오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를 앞두고 애도행사 참석을 위한 방북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도시별로 10여 명씩 조를 이뤄 오는 14∼15일께 방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접경지역 한 소식통은 "장성택 실각이 당장 북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성격의 사건이 아니어서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서 표면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장성택 실각이 북한체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내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장성택 실각이 북한사회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장성택은 황금평·위화도, 나선특구 등 근년 들어 진행되는 거의 모든 북중간 경제협력을 총괄해온 인물이어서 앞으로 북중경협을 비롯한 북중관계 전반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중관계에서 장성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그의 공백을 메울만한 인물을 당장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북중 양측의 고민거리일 거라는 분석이다.

장성택 실각과 함께 그의 추종세력들이 처형되거나 해외에서 강제소환되고 있는 점도 확인됨에 따라 장성택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거취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재룡은 장성택이 200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실각될 때 '측근'으로 분류돼 함께 좌천당했던 인물로, 재기한 뒤에는 주중 북한대사로서 장성택과 손발을 맞춰왔다.

아직 지 대사에 대한 소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장성택 사태에 말을 아껴온 중국도 조만간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장성택 실각설에 대해 "유관 내용을 알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구체적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선양·베이징연합뉴스) 신민재 이준삼 특파원 smj@yna.co.kr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