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폰 지휘' 휴대폰 부문 사장 승진…실적 부진 TV 수장 교체
‘휴대폰은 일단 합격, TV는 재도약 추진.’

27일 단행한 LG전자의 임원 인사 특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2014년 임원 인사 안건을 통과시킨 직후에도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언급하길 꺼렸다. 인사권자가 인사에 대해 말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인사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아 TV와 휴대폰(사업부문)에서 중요한 변화를 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인사의 핵심은 TV와 휴대폰 부문이었다. 휴대폰 사업을 하는 MC사업본부장인 박종석 부사장(55)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하현회 (주)LG 부사장(57)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TV 사업 담당인 HE사업본부장을 새로 맡았다. 1조원대 유상증자와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56) 역시 사장이 됐다.

'G2폰 지휘' 휴대폰 부문 사장 승진…실적 부진 TV 수장 교체
이들이 2010년 10월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신임받게 되는 구 부회장과 함께 ‘2기 구본준호’를 이끌며 위기 돌파의 선봉에 설 핵심 경영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LG전자에 입사해 TV연구소장과 PDP TV 사업부장을 거친 TV 전문가다. 그러다 2010년 구 부회장 지시로 위기에 빠진 LG 휴대폰을 구할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MC사업본부장을 맡은 뒤 연구원들에게 빠른 의사 소통과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동시에 “스마트폰 기술 격차를 줄이자”며 경기 평택 사업장에 합숙시설을 만들어 연구원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 연구개발(R&D) 전문가로 단기간에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려 LG 휴대폰 사업을 다시 세계 3위로 올려놓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MC사업본부 전체적으로도 이번 인사에서 5개 사업본부 중 가장 많은 9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다.

하 사장은 부산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LG금속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역사학 전공자로 일본 와세다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는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융복합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여년간 옛 LG구조조정본부에서 재무와 전략기획을 담당한 뒤 1999년엔 LG디스플레이로 옮겨 10여년간 기획과 영업 업무를 병행했다. 2006년부터 5년간 모바일을 비롯한 중소형 디스플레이사업을 총괄했고 2011년엔 TV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지난해 다시 그룹 지주사인 (주)LG로 옮겨 계열사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시너지팀장을 맡았다. 기획과 영업을 두루 거친 경력이 하 사장을 LG전자 TV사업 수장으로 발탁한 배경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정 사장은 1983년 LG에 입사한 뒤 30년 넘게 경영관리 분야에 몸담은 재무통이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지주사에 있으면서 LG가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2008년 LG전자 CFO로 옮겨서는 안살림을 책임져왔다.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11년 11월 1조원대 유상증자를 했고 올 들어선 8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LG전자는 안정적인 공급망관리체계(SCM)를 만든 강태길 SCM그룹 전무와 세탁기 경쟁력을 끌어올린 이호 전무, 생산성을 높인 한주우 창원생산그룹 전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밖에 전무 11명, 상무 27명 등 총 44명을 승진시켰다.

LG디스플레이도 이날 황용기 TV사업부 전무와 차수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그룹 전무 등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실시했다. 전무 승진자는 4명, 상무 승진자는 8명으로 모두 14명이 승진의 영예를 누렸다.

(주)LG와 LG화학 LG유플러스 LG이노텍 등은 28일, LG생활건강LG상사는 29일 각각 임원 인사를 실시한다.

정인설/윤정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