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포기할 모양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월에 발표할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영리병원 도입 문제는 아예 꺼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신 병원에 여행업을 허용하고, 메디텔을 설립할 때 거리 제한이나 외국인 환자 비율 제한(5%룰) 등을 푸는 쪽으로 의료산업 육성의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끌어왔던 영리병원 문제는 이렇게 결국 포기하는 모양새다. 실망스럽다. 야당과 의료계가 반대한다지만 선진국은 물론 중국까지 허용하는 영리병원을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하고 마는 꼴이다. 그러나 정부가 영리병원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이유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수가 지난해 15만명을 넘어선 점을 들어 영리병원이 의료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영리병원을 도입한 태국이 2010년에 이미 한국의 10배나 되는 156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끌어모은 건 무엇이며, 심지어 인도(73만명) 싱가포르(72만명)도 우리보다 외국인 환자유치 실적이 5배나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을 내놓을 것인가.

산하기관도 입을 맞춘 것인지 황당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7년이 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50만4000명에 이르고 총수입도 2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계했다. 지금 나라 밖에서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영리병원, 원격진료는 물론 그 이상도 허용할 태세다. 게다가 중국조차 의료산업의 개방과 투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의 발길이 곧 끊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경쟁국들은 질주하는데 어떤 근거에서 이런 낙관적 전망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곁가지 규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어렵다고 포기해버리면 의료개혁은 결국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정부가 여기서 밀리면 다른 서비스업 개혁도 물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