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은 소형 백라이트유닛(BLU) 기술을 2001년 처음 국산화한 회사다. 삼성SDI에 다니던 강원일 대표는 2001년 회사를 나와 제품 국산화를 하기로 결심했다.

BLU는 자체 발광 능력이 없는 LCD 패널 후면에 밝은 빛을 제공, LCD가 선명한 색상을 내게 만드는 보조광원체다.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형 BLU는 생산을 해왔지만 소형 BLU는 점광을 고르게 분산시켜야 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당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있었다. 강 대표는 2001년 8월 파인텍의 전신인 ‘나모텍’을 설립하고 소형 BLU 국산화 작업에 나섰다.

강 대표는 당시 기술을 배우기 위해 1000번을 넘게 일본과 한국을 왕래했다. 일본 업체들은 소형 BLU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BLU의 핵심 기술은 도광판 LGP 기술이었다. 얼마나 빛을 균일하면서도 밝게 조정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다. 빛을 쐈을 때 빛을 쏜 부분만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 화면을 밝게 만들도록 해야 했다. 그러려면 패턴을 넣는 기술이 꼭 필요했다. 삼성SDI 등도 일본 업체들에 다리를 놔줬다.

강 대표는 그 기술을 일본에서 들여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까지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휴대폰용 소형 컬러 BLU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나모텍은 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로 단숨에 떠올랐다. 강 대표는 “당시엔 어찌나 일본을 많이 다녔는지 6개월 만에 항공사 마일리지 ‘다이아몬드 회원’이 돼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나모텍은 BLU 주문량이 대폭 늘어 1000억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2008년 11월 파인텍이 다시 설립됐지만 현재 파인텍에서 일하는 제품 개발자들은 대부분 10여년 전 나모텍에서 일하던 이들이다. 파인텍의 가장 핵심 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제품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생산 설계를 담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시 강 대표와 함께 BLU 국산화를 주도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나모텍이 쓰러진 이후에도 아직까지 파인텍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는 강 대표와의 ‘의리’ 때문이다. 나모텍이 상장 폐지됐을 때도 강 대표는 30여명의 품질 개발 부서 직원들에게 사비를 털어 퇴직금을 지급했다.

하정효 파인텍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무자본 M&A 세력의 공격으로 기업이 어려워져서 문을 닫게 됐을 때도 강 대표가 본인 주식을 팔아 퇴직금 등을 보전해줘 금전적인 피해를 입고 회사를 나간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30여명의 개발자들은 파인텍이 스스로 꼽는 최대 ‘강점’이다. 하 CFO는 “올해 6300만장의 BLU를 생산했다”며 “이처럼 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데는 개발자들의 공이 컸다”고 설명했다.

파인텍은 BLU업계에서 공장 자동화 라인을 처음 적용한 업체이기도 하다. 2004년부터 설비 시설을 모두 자동화로 바꿨다. 현재 파인텍은 중국에 두 개, 베트남과 국내에 한 개씩 공장을 갖고 있다.

강 대표는 “큰 돈을 들여 자동화 라인을 설치한 덕분에 대기업으로부터 갑작스레 큰 물량 납품을 제의받아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다”며 “파인텍이 납품과 관련해 초반부터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