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알파우먼
최근 한 여직원을 남미 콜롬비아에서 진행되는 커피 교육에 참가시켰다. 비교적 장기 출장이라 꽤 큰 비용이 들지만, 투자 차원에서 판단을 내렸다. 이 결정에 결혼적령의 여직원이란 전제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녀의 무한 가능성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여자라는 성역할로 인한 경력 단절의 위기는 세 번 찾아온다. 결혼, 임신과 출산, 육아다. 이 고비를 넘기고 직장생활까지 하는 워킹맘을 슈퍼우먼이라 부른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그런 이유로 기업은 내심 여성 채용을 꺼리게 된다. 그런데 몇몇 기업 대표들은 다른 이유를 내세운다. 일부 여직원의 마인드가 문제라는 것이다. ‘여자라서’라는 한계를 요구하는 여직원들이 있다. 여자라서 조직생활에 예외가 허용되어야 하고, 어려운 일은 빠져도 된다는 스스로의 역할 제한이다. 이런 자기보호막이 수동적으로 일을 대하는 것처럼 오해받기도 한다.

미국의 댄 킨들러 교수는 학업,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자를 능가하는 엘리트 여성을 ‘알파걸(α-girl)’이라 칭했다. 미국의 고교 졸업식에서 대표 연설을 하는 학생의 80%가 여학생이다. 학사 학위 취득자의 59%도 여학생이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지른다. 국가고시에서도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이 알파걸들이 왜 알파우먼으로 이어지지 못할까. 결혼, 출산, 육아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알파우먼으로 가는 험난한 관문임에 틀림없다. 용기와 혜안으로 답을 풀어야 한다. 든든한 우군도 필요하다. 일과 생활의 조화가 어찌 여성만의 숙제일까. 공동가사, 공동육아의 책임을 나누는 양성적 부부 역할은 알파우먼의 필수조건이다.

상황적 한계를 극복했다면 적극적 공세도 필요하다. 가장 좋은 무기는 긍정의 마인드다. 여자라서 안된다기보다, 여자이기 때문에 더 나은 점을 찾아보자. 남성과 동일시되려는 페미니즘은 오히려 불리하다. 어렵고 불편하게 남성을 흉내낼 것이 아니라 여성의 장점으로 경쟁력을 키워가자. 여성은 타인의 감정을 살피고, 관계를 중시한다. 이런 섬세함은 21세기 개방적,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잘 어울린다. 여성의 감성은 합리적 의사결정의 모태가 될 수 있다. 긍정의 힘은 자신감의 토양이 되고, 자신감은 성공의 열매를 생산할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유리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이 높은 천장은 편견과 차별로 고정되어 있다.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듯 여성 스스로 유리천장을 깨고 오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멋진 여성을 알파우먼이라 부른다.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여성벤처기업협회장 eunjlee@mcnult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