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의 핵심에 있는 금융계열사 동양증권이 과거 대우채사태 때 개인투자자들에게 대우채를 환매해준 경험까지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동양증권이 대우채 사태를 겪고도 이번에 불완전판매에 나섰다며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동양증권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양증권 등 금융계열들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산업·금융업계에 따르면 1999년 대우그룹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휴지조각이 된 대우채 환매 조치 때 동양증권의 전신인 동양오리온투자신탁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수천억원의 고객 손실을 보전해줬다.

당시 한국·대한·현대투자신탁사 등 3대 투신사들은 대우채 환매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져 매각됐으나 동양오리온투신은 상당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적자금 투입 없이 살아났다.

증권업계는 현 회장이 대우채 환매 등 불완전판매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이번엔 직접 대우그룹과 같은 방식으로 회사채를 팔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동양증권은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문제 없다"며 계열 회사채를 팔아 논란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회사채 투자도 주식투자처럼 철저하게 자기 책임 원칙 아래에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해 동양이나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원금을 보전해줄 의무는 없다"며 "다만 판매에 대한 정당성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피해에 대해선 개인투자자와 판매사(증권사), 금융당국, 신용평가사 등이 일부분씩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동양사태는 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현 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이 금융을 매우 잘 알다 보니 시장 등을 통해 돈을 조달해 연명하면서 구조조정을 질질 끌다가 이 지경이 됐다"며 "기관투자가들은 알짜인 동양생명을 팔 때 이미 위험하다고 보고 동양그룹 투자를 중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문창호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장은 "동양의 위기는 동양증권을 지배하기 부족한 자금력으로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차입으로 출자금을 마련한 연결고리 회사는 이자 부담이 누적되고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동양그룹의 금융계열사들도 안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계열사로는 동양증권과 동양파이낸셜대부, 동양자산운용 등이 있고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곳은 없다.

특히 동양증권은 투자자들의 이탈과 증권업 부진 등으로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또 불완전판매 문제 처리에 따라 어려움이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동양증권은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총 3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 등 운명에 따라 동양증권은 시장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동양증권은 고객 이탈로 가치가 떨어졌고 매물로 나와도 제값을 인정받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