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이 26일 항소심에서 다시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법원은 조 전 청장이 지목한 은행 계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며 조 전 청장 스스로도 이것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전주혜 부장판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월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법정구속됐다가 8일 만에 풀려난 조 전 청장의 보석을 취소해 서울구치소에 재수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근거없이 많은 의혹을 확산시키고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도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아 죄질이 무겁다.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22년간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법질서 확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 등 유리한 정상을 고려해 감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경찰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10만원짜리 헌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 때문에 자살한 것처럼 발언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 전 청장은 권양숙 여사가 차명계좌를 숨기려고 민주당에 특검을 하지 못하도록 요구했다고 발언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법원 인사로 교체된 재판장이 곧 보석을 허가해 석방했다.

조 전 청장은 항소심에서 임경묵(68)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발언 출처로 지목했으나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임 전 이사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후 조 전 청장은 속칭 '찌라시'를 발언의 근거로 드는 등 오락가락했다.

이인규(55) 전 대검 중수부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기각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이 지목한 계좌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봤다.

이는 1심과 동일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청와대 2부속실 행정관 2명 명의로 된 은행 계좌는 권양숙 여사가 사적인 지출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노 전 대통령에게 큰 부담과 책임을 안길 만한 새로운 차명계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박연차·정상문·노정연 계좌 등을 추가로 지목했으나 모두 노 전 대통령 사망 전에 드러난 것으로 역시 피고인이 강연에서 의미한 계좌는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한 뒤 "앞으로는 더 이상 국민 화합을 해하는 근거 없고 소모적인 주장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대통령 측근 비리 같은 불행한 역사도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