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비주전 없어 긴장유지…"A매치 못지않은 자체 연습경기"

한국 축구 대표팀이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쉽게 보이지 않는 두 전열을 가동하고 있어 효과가 주목된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3일부터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전술훈련을 위해 치른 자체 연습경기 때 두 전열을 선보였다.

조동건(수원 삼성),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 이청용(볼턴) 등이 한 조를 이뤘다.

다른 조에는 지동원(선덜랜드), 이근호(상주 상무), 손흥민(레버쿠젠), 고요한(서울) 등이 포진했다.

국가대표 23명 이상을 소집하면 팀을 둘로 쪼개 자체 연습경기를 치르는 게 당연하지만 홍명보호의 두 전열은 과거 사례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과거에는 두 전열이 조합되면 한쪽은 선발로 경기에 나서는 주전, 다른 쪽은 벤치에서 대기하는 비주전을 의미했다.

전술훈련 때 조끼를 입은 선수들이 실전에 투입된 까닭에 대표팀의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주전과 비주전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전술훈련 때 입는 조끼에 주전, 비주전의 의미를 담지 않아 가시적인 구분을 없앴다.

홍명보 감독은 구성원들의 경기력, 인지도까지 비슷하게 두 전열을 편성해 선수들조차 누가 선발로 나설지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홍명보 감독은 데뷔 무대이던 올해 7월 동아시안컵대회 때부터 두 전열을 운용했다.

한쪽은 호주, 일본과의 풀리그 1, 3차전에 선발로 나왔고 다른 쪽은 중국과의 2차전에서 베스트일레븐을 이뤘다.

이달 6일 아이티, 10일 크로아티아와의 A매치에서는 선수 조합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오리무중이다.

두 전열 가운데 한쪽을 그대로 투입할지, 두 전열의 공격진과 수비진을 적절히 섞을지, 각 포지션을 완전히 재조합할지는 홍명보 감독의 결정에 달렸다.

홍명보호의 이 같은 '한지붕 두 정예부대' 전략은 훈련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집 후 치러지는 자체 연습경기가 A매치 평가전만큼이나 효과적인 훈련이라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왔다.

이청용은 "연습경기에서 멋진 장면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상대편 동료가 A매치 상대만큼이나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멋진 장면은 없더라도 호흡을 맞추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정예부대를 가동하면 선수들이 실전을 앞두고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주전, 비주전이 일찍 확인되던 시절에는 백업요원들이 낙담해 훈련 효과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사령탑들은 '희생정신'을 주문했으나 강요를 통해 백업요원들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홍명보호가 가동하는 실력이 비슷한 두 전열, 서로 경쟁하는 공격진, 미드필드진, 수비진 조합이 팀 내의 알력도 막을지 기대된다.

과거 조광래호, 최강희호에서는 주전이 대접받고 비주전이 소외되는 차별 분위기가 굳어져 이들 사이의 갈등이 경기력 약화로 이어지는 폐단이 있었다.

◇ 홍명보호 '한지붕 두 정예부대'(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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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 조끼 입은 조 │ 조끼 입지 않은 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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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격 │ 조동건(구자철) │ 지동원 │
│ │김보경(윤일록)구자철(김보경)이청용│손흥민 이근호 고요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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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더│ 한국영 박종우 │ 하대성 이명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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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비 │윤석영 곽태휘 황석호 이용 │박주호 김영권 홍정호 김창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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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