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채권단으로부터 퇴진 요청을 받았다.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은 당사자나 채권단에게나 모두 어렵고 힘든 길이다. STX에 적용된 자율협약은 기업살리기를 전제로 한 것으로, 법정관리나 워크아웃보다는 강도가 약하고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감안한 상대적으로 연성인 구조조정 방식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부실에 대한 책임 범위에서부터 경영진의 유임 여부 등 복잡한 갈등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크고작은 결정 하나하나가 바로 기업의 생사와 회생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물론이다. 채권단의 퇴진 요구에 강 회장과 회사 측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차라리 자연스럽다.

사실 강 회장만큼 STX그룹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는 1973년 쌍용양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28년 만에 전 재산 20억원을 털어넣어 자신이 재무책임자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했고 이를 모태로 STX그룹을 키워낸 당사자이다. 2001년 그룹 출범 이후 10여년 만에 매출을 100배 키웠고 계열사는 12개로 늘어났다. 사업의 팽창 과정뿐 아니라 부실화 과정까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다. 동시에 부실화의 책임도 그에게로 집중된다. 이런 양면성은 부실기업 회생과정에서 늘 불거지는 딜레마요 풀기 어려운 숙제다.

강 회장은 웅진의 윤석금 회장과 더불어 샐러리맨의 신화였다. 맨손으로 시작해 대기업을 일군 현대의 영웅이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스러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부실의 절벽 위에서 무모하게 한 발을 더 내디뎠던 본인들이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순환적 경기등락이 있을 때마다 악조건에 걸려드는 기업을 모두 댕강댕강 구조조정하기로 든다면 몇차례의 경기흐름만 거치면 대부분 기업이 단두대에 올라설 것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게 구조조정의 딜레마다.

기왕 살리는 구조조정이라면 최대한 기회를 주는 것이 채권단에 득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시대다. 경영자 한 사람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별은 지고 만다. 신화의 좌절을 보는 건 실로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