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군대" 발언 놓고도 구설 올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군사개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특별성명을 발표한 직후 곧장 골프장으로 향해 식지 않는 '골프 사랑'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1일(현지시간) 백악관 공동취재단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오후 시리아 사태에 대한 특별성명을 발표한 지 30분 만에 일부 수행원과 경호원을 대동한 채 백악관을 떠나 어디론가 향했다.

잠시 뒤 그가 도착한 곳은 버지니아주 포트 벨부아에 있는 골프장으로, 성명을 발표할 때 옆에 서 있던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백악관 출장 담당 비서관인 마빈 니콜슨과 그의 동생 월터 니콜슨이 동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여름휴가 중 이집트 군부의 유혈 시위진압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한 직후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부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았으나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이번에도 주말 골프를 즐겼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열정적인 골퍼"라면서 "많은 미국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여러 위기로 고생하는 가운데 자신만 즐긴다는 비판을 종종 받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ABC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골프는 지난 2002년 8월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골프 구설'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메인주의 한 골프장에서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국가가 이런 테러리스트들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고 답한 뒤 "자, 이제 내 드라이버 실력을 보라"며 골프채를 휘둘러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군을 '내 군대'(my military)라고 말한 것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당시 "나는 아직 (군사개입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내가 이미 말했듯이 나는 내 군대를 갖고 있고, 우리 팀은 폭넓은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그 발언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미군을 자신의 소유인 양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면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토크쇼 진행자인 닐 부어츠는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 군대'라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내 군대'라고 했다"면서 "그(오바마)의 오만과 자만의 또 다른 증거"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11월 방한 중 오산공군기지에서 연설하면서 뒤에 있던 장병을 쳐다보면서 농담조로 "제 뒤에 있는 공군 장병들 덕분에 내 사진이 잘 나오겠군요"라고 말해 논란이 되는 등 군과 관련한 실언을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이튿날 특별성명에서는 '내 군대'라는 말 대신 '우리 군대'라는 표현을 3차례 사용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