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용씨 면담해 납부 독촉…26억 체납액 중 21억 징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의 환수 작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서울시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세금 숨바꼭질'도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씨 일가가 체납한 세금은 1987년에 부과된 것부터 시작해 모두 26억 5천만원으로, 시는 최근까지 체납액 중 21억 8천300만원을 징수했다.

전 전 대통령 본인의 체납액은 4천500만원이다.

시는 지난해 5∼6월 차남 전재용씨를 두 차례 면담하며 아버지의 밀린 세금을 내도록 설득했지만 아직 내지 않고 있다.

미납 세금은 2003년 자택에 붙은 경호동 건물이 경매되면서 발생한 양도소득세 중 일부로 서대문세무서가 뒤늦게 파악해 2010년 1월 부과했다.

처남 이창석씨는 모두 11억 7천200만 원을 체납했다가 서울시가 대여금고와 연희동 별채를 압류하자 자진납부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서울시가 대여금고를 압류하면서 강제로 열수도 있다고 통보하자 지방세 1억400만원을 자진 납부했다.

올해 4월에는 지방소득세를 체납했다가 시가 그의 명의로 된 연희동 별채를 압류하자 10억6천700만원의 밀린 세금을 냈다.

사돈인 장영자씨는 교도소 수감 중 미납 세금을 추징당했다.

시는 1987년 부과한 주민세 등 10건, 8억2천7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장씨의 부동산 등을 압류했으나 선순위 근저당권과 세무서 선압류가 있어 추징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는 세무서와 은행을 방문해 근저당 설정이 허위라는 것을 밝혀내고 올 6월 부동산과 채권을 공매해 세금을 받아냈다.

전씨의 동생 전경환씨는 체납액 6억600만원 중 1억 8천400만원만 납부했다.

그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매달 70만원씩 노후연금 보험료를 납부, 2008년부터 사망 때까지 연 1천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서울시가 2005년에 압류를 해놓은 상태여서 실제로는 수령하지 못했다.

연금은 압류 상태라도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징수할 수 있기 때문에 시는 전씨를 설득해 올 7월 추심 동의를 얻어냈다.

서울시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동생 전경환씨의 미납 세금도 은닉 소득이나 재산 추적을 통해 징수할 예정이다.

시는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에서 압류한 그림 한 점에 참가압류를 해놓은 상태여서, 이 그림이 공매되면 세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된다.

권해윤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은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차원에서 체납 세금은 철저히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