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여 관객 흥분·환호 뒤덮은 도쿄 개막공연

"파리노 히토비토가 미에마스."(파리 시민분들이 보입니다)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극장을 뒤흔들었다.

달타냥으로 분한 준케이가 일본어로 말하는 순간에서다.

총사대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그에게 삼총사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객석을 가리켰다.

그리곤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달려가 5초간 키스할 것을 명했다.

달타냥, 아니 준케이가 호기롭게 객석으로 다가갔다.

2천여 명의 관객이 술렁거렸다.

"이치, 니, 산, 시, 고 !"
이날 '5초 담력 테스트'의 대상으로 낙점된 사람은 준케이의 열혈팬 가와모토 리사(17)양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는 그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 했다.

11일 저녁 뮤지컬 '삼총사'의 일본 공연의 첫 막이 열린 도쿄 분카무라 오챠드홀(2150석).
98개 사석을 제외한 객석이 꽉 찼다.

10대 학생부터 50-60대 가정주부까지 연령층은 다양했지만, 대부분 관객은 여성이었다.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만든 체코 뮤지컬.
국내 공연 제작사인 엠뮤지컬컴퍼니가 원작사에게서 라이선스를 사들여 한국어 버전 공연을 만들어 2009년부터 매해 국내에서 공연했다.

작품은 17세기 유럽. 총사가 되려는 달타냥과 왕실 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의 모험담을 그린다.

대중적인 히어로물인 데다 검투·애크러배틱 등 화려한 볼거리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의 원동력은 '아이돌 캐스팅' 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준케이를 비롯해 2AM의 이창민, 수퍼주니어의 규현, FT아일랜드의 송승현 등 아이돌 가수가 번갈아 출연하는 이번 일본공연(24일까지 25회 예정)도 선행 판매를 통해 개막하기도 전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아이돌 팬덤에 힘입은 이날, 무대를 향한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본인은 감정 표출에 인색하다'는 통념이 무색하리 만큼 이들은 배우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박장대소하며 적극적으로 극을 즐겼다.

비단 시골뜨기 달타냥의 익살스런 연기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었다.

폭발력 있는 아리아를 선보인 아라미스(민영기), 굵다란 음색에 걸맞지 않게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는 포르토스(김법래), 객석 사이의 복도로 힘차게 걸어나가는 아토스(신성우)에게도 관객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이날 140여 분 공연이 끝나고 나서 커튼콜이 약 15분간 이어졌다.

준케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건물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또다시 나왔다.

막이 닫히고서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행여 다시 나와 화답하지 않을까 고대하며 손뼉을 치며 준케이의 이름을 외쳤다.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관객들은 이날 공연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2PM의 팬이라고 밝힌 유카 카와다(25·여)씨는 "이전에 서울과 부산에서 이 작품을 6번 봤다"며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 다시 봐도 늘 재밌다"고 말했다.

작품을 처음 봤다는 사이토 카즈코(50·여)씨는 "준케이를 좋아해 무척 기다려온 공연이었다"며 "주말에 한 번 더 작품을 보러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엠뮤지컬컴퍼니는 2018년까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홍콩 등지에서 이 작품을 한국어로 공연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체코의 원작 뮤지컬을 수정·각색해 무대에 올린 왕용범 연출가는 "캐스팅, 작품성, (각색 등을 할 수 있는) 콘텐츠 주도권의 3요소를 갖춰 일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이러한 노하우를 발판으로 삼총사의 중국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