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지난달 29일 홍콩 최대 유통기업 왓슨그룹에 자체상표(PL) 상품 수출을 시작했다. 홍콩 소비자들이 왓슨그룹의 대형마트 테이스트 매장에서 이마트 PL 상품을 고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지난달 29일 홍콩 최대 유통기업 왓슨그룹에 자체상표(PL) 상품 수출을 시작했다. 홍콩 소비자들이 왓슨그룹의 대형마트 테이스트 매장에서 이마트 PL 상품을 고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 中企제품 들고 '홍콩 진격'
지난달 29일 홍콩 중산층 거주지역인 다이각주이에 있는 대형마트인 테이스트. 펠릭스 웡(37)은 “한국에 갔을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이마트 ‘하바네로라면’을 카트에 담았다. 이마트(사장 허인철·사진)가 중소 식품기업과 공동 기획해 만든 자체상표(PL) 상품인 하바네로라면은 이날부터 홍콩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태양초 고추장’ ‘카라멜 아몬드 팝콘’ 등 다양한 이마트 PL 상품이 ‘한국식품관’이라는 안내판이 붙은 판매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통·중소업체 ‘윈-윈’

이마트는 홍콩 최대 유통기업 왓슨그룹에 PL 상품 수출을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왓슨그룹이 홍콩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 테이스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파크엔숍(PARKnSHOP) 중 60여개 매장에는 이날 이마트의 PL 식품 35가지가 첫선을 보였다. 국내 중소기업 17곳이 이마트와 손잡고 공동 개발한 라면, 과자, 율무차, 고추장 등이다. 외국 대형 유통업체에 PL 상품을 수출하는 것은 국내 유통업체 중 이마트가 처음이다.

이마트의 PL 수출은 대형 유통기업과 중소 제조업체의 상생 모델로 주목된다. 이마트는 영업규제와 소비 침체로 국내 사업을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PL 수출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해외 판로 개척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마트에 상품을 납품하기만 하면 된다. 해외 거래처를 확보하는 일과 통관 등 행정 절차, 제품 운송 등은 모두 이마트가 맡는다. 허인철 사장은 “PL 수출은 유통업체 매출을 늘리고 중소 제조업체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새로운 동반성장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왓슨그룹 내 다른 유통망으로도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왓슨그룹은 33개국에 1만800개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만도 11개국에 3200개 매장을 갖고 있다.

◆‘한글 포장’이어야 잘 팔려

한류 등의 영향으로 홍콩에서 한국 식품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테이스트 매장에서는 이마트 PL 상품 외에도 한국 기업들이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라면 코너에서는 판매대의 절반가량을 농심 오뚜기 삼양 등 국산 라면이 차지하고 있다. 칠성사이다, 무학 소주, 진로 막걸리 등은 눈에 가장 잘 띄는 엔드캡(진열대 끝)에 자리잡았다.

한국산 식품은 고급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에서 개당 750원인 이마트 ‘라면이라면’은 홍콩에서 1480원에 팔린다. 그래도 ‘품질에 비해 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콩에서 팔리는 한국 식품의 제품명은 대부분 한글로 표기돼 있다. 한국산이라는 점을 드러내야 잘 팔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에리카 라우(32)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는 한국 식품만 구입한다”며 “한국 식품은 일본 식품과 품질이 비슷한데도 가격은 10% 이상 저렴하다”고 말했다. 김형도 이마트 해외소싱팀장은 “해외 유통업체가 먼저 한국 식품기업을 소개해 달라고 할 만큼 아시아권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비식품류와 중소기업 독자 브랜드 상품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