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1대책 후속입법 서둘러라
주택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를 위한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그동안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주택의 공급량과 명칭 등이 정권교체 때마다 바뀌면서 혼란을 가져 왔다. 과연 행복주택이 이름 그대로 수요 대상자들과 주변 거주자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과거 보금자리주택이 가격과 공급에서 분양주택에 영향을 끼쳤다면, 서민 임대주택사업인 행복주택은 집값 하락과 주변 도시형생활주택 및 빌라 등의 임대주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를 수용해 ‘반값 아파트’를 제공하겠다며 추진됐지만, 강남·서초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도심에서 20㎞ 떨어져 도심 접근성에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주변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떨어뜨려 민간 아파트의 공급물량이 줄어들게 했다. 지난 5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충분한 수요조사 및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상황, 저출산, 고령화, 지역별 수요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공급실적 위주로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8년까지 10년간 매년 3만가구, 총 30만가구를 추진하다가 2012년까지 매년 8만가구 총 3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시기를 단축한 사업 추진으로 재무구조 악화와 주민들의 불편은 더욱 커졌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으로 추진 중인 행복주택은 5년간 20만가구가 건설될 예정이다. 모두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이다. 철도부지와 유수지를 사용하므로 태생적으로 주거환경의 행복지수보다 불쾌지수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소음과 진동 등 여러 부분에서 한계를 안고 출발한 행복주택은 대선공약 가운데 우선순위가 복지정책에 밀려서 만들어진 주택정책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만가구를 목표로 시범사업지구 7곳을 발표했지만 시범지역 주민들의 주거환경 및 교육여건 악화를 우려한 반대와 서울 송파구의 공람공고 거부 등으로 5개 지구는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치적 쌓기와 실적위주의 사업 추진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통해 지속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혼란을 불러일으킨 국토부와 안전행정부 간 취득세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감면해주고 다시 연장하면서 발생한 예고된 충돌이다. 정부 부처 간에 조율되지 않고 발표된 부동산대책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 의아스럽다. 이제라도 지방세수 보전문제는 지방세와 국세의 구조조정과 세목조정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

주택문제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한 정권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난제였다. 현실적으로 5년 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의 컨트롤 타워 역할과 기능에 한계가 있다면 대안으로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가칭 ‘부동산위원회’를 구성해서 중·장기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아직도 국회에서 4·1대책과 연관이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및 수직증축 리모델링 등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 뒤에 찾아온 2%대 저성장 속에 장기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시장 규모에 비해 많아진 건설업체의 구조조정과 퇴출이 필요하다. 건전한 건설업체의 소프트랜딩을 위한 지원책이 요구된다. 건설관련 일자리는 비단 건설업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중개업, 건축자재 분야 등 다양하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내 시공능력 순위 100위 내 건설사 중 21곳이 자금난과 경영악화로 인해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올해 건설업계는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0.2% 정도로 8년 만에 최저치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경기 침체가 건설경기 침체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달 4일 발표된 ‘고용률 70% 로드맵’에서 국토부의 건설인력 분야가 제외됐다. 서민 일자리가 가장 많은 건설 분야가 빠진 것은 핵심을 한참 잘못짚은 것이다. 국회 설득은 고사하고 정부 부처 간 엇박자와 불협화음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근 < 경희대 부동산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