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 청약절차'에 속타는 건설업계
아파트 청약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건설사와 수요자 모두에게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는 1978년 주택공급 규칙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어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청약·계약이 이뤄졌다. 이후 2005년 청약업무가 국민은행에서 금융결제원으로 이관되면서 계약까지 3~4주 가량 걸리는 시스템으로 정착됐다. 건설업계는 입주자 모집공고일부터 계약일까지 최대 30일 정도 걸리는 바람에 적잖은 손해가 발생한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분양공고~계약까지 3~4주 소요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시장 장기침체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데, 불합리한 청약절차로 인해 3억~10억원 안팎의 낭비 요인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청약기간이 길어지면서 모델하우스 운영 부담이 가중되고, 계약 지연에 따른 손실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른 아파트 청약일정은 입주자 공고일과 함께 모델하우스를 개장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입주자 모집공고 5일 뒤부터 1~3순위까지 청약을 받는다. 3순위 청약이 끝나면 4일째 당첨자를 발표하고, 5일 뒤 계약을 진행한다. 통상 입주자 모집공고일부터 계약 첫날까지 20일 정도 걸린다. 부적격 당첨자는 계약 마지막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소명할 수 있다. 이후 예비당첨자 발표와 계약이 이뤄진다. 이런 기간까지 합치면 30일 이상 소요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모집 공고일부터 청약일까지 여유기간은 수요자들이 현장을 둘러보도록 하는 것이어서 큰 문제가 아닌데, 청약일부터 당첨자 발표일 계약시점까지의 여유기간은 너무 길어서 건설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 인터넷 환경 감안, 기간 줄여야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주택업계는 인터넷 금융결제시스템이 첨단화된 만큼 청약일로부터 당첨자 발표일까지의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 일산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한 중견업체 마케팅 팀장은 “주말에 북적이던 모델하우스가 월요일이 되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첫날 청약일시를 입주자 모집공고 이후 5일차가 아니라 4일차로 앞당기고, 3순위 청약 이틀 뒤 바로 당첨자를 발표하면 전체적 청약 일정을 1주일이나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창석 ERA부동산연구소장은 “청약~계약까지를 15일 이내로 하도록 하는 규정만 만들어도 청약일정에 따른 비효율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약일정이 10일만 단축돼도 모델하우스 유지비 등 다양한 간접경비를 포함해 크게 줄일 수 있다. 단지 규모별로 3억~10억원 안팎의 경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수요자들도 장기간의 분양일정과 수차례 모델하우스 방문 등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일반 수요자들은 모델하우스 개장부터 청약, 당첨자 발표, 계약 작성, 중도금 대출신청, 옵션품목 선택 등의 일 처리를 위해 한 달 새 5~6차례 방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직장인은 별도 휴가를 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토부 주택토지실 관계자는 “청약 일정을 조절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며 “규제완화가 기본적인 방침이어서 불필요한 제도는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