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확한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단어를 지목해 순화할 것을 주문하고,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적절한 표현을 쓸 것을 지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시간제 일자리 관련,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서 편견을 쉽게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비정규직 양산으로 오해되는 것을 지적한 언급이다. 그러면서 “새 출발을 하는 마당에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는 야생진드기 사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과장된 용어는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자극적인 용어는 좀 순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생진드기가 ‘살인진드기’라고 불리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출범 초기 경제 관련 회의체를 준비할 때는 ‘대책’이라는 표현이 회의 이름에 들어가지 않게 하라고 주문한 적도 있다고 한다. 대책이라는 표현이 회의 명칭에 사용되면 국민들에게 경제상황이 나쁘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했던 측근은 “박 대통령은 올바른 표현을 써서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며 “정치인 시절부터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표현이나 용어 문제에 대해 섬세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용어에 민감한 편이다. 국가안보실 소속 위기관리상황실을 ‘지하벙커’로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게 대표적이다. 지하벙커라는 표현이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